꽃이 되고 싶은 미미 <41> 떡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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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2 11:10:58

“몸은 좀 어때요?” 미미가 누워있는 엄마 사슴에게 말했다. “배에 가스가 가득차서 아주 답답해요.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엄마 사슴 곁에는 가녀린 아기 사슴이 지키고 있었다. 힘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미미와 미소가 보니 엄마 사슴 곁에 똥이 구르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미소가 똥을 조금 집어 나뭇잎으로 감쌌다. “물이라도 마시면서 조금만 버티고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볼 게요.”

“고마워요, 미미. 내가 죽으면 이 어린 것은 어찌해야 하는지….” 맑고 고운 엄마 사슴의 눈에서 수정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빅은 미소가 소중하게 가져온 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주둥이로 핥아보기도 하고 더듬이로 두드려보기도 했다. “어때? 빅! 무언가 알아냈어?” “잠시만.” 빅은 사슴의 똥을 먹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이 똥 속에 특별히 다른 음식은 없는 거 같아. 사슴들이 즐겨먹는 그 나뭇잎이 전부 다야. 그런데….”

“그런데 뭐가 문제야, 빅?” 미미가 궁금해서 물었다. 빅이 무언가를 찾아낸 것 같았다. “미미, 내가 이 똥을 조금 맛보았는데 정신이 아찔하고 머리가 핑 도는 게 몸이 이상해.” 빅은 이렇게 말하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빅! 정신 차려. 빅! 죽으면 안 돼!” 미소가 너무도 놀라 빅을 흔들었다. “우리가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지금 사슴이 문제가 아니야. 빅, 죽지 마!” 잠시 정신을 잃은 듯한 빅이 살며시 눈을 떴다.

“미소, 걱정 마. 나 안 죽어. 잠깐 머리가 어찔했던 거뿐이야.” “휴우~.” 미미는 숨을 몰아쉬었다. “빅, 정말 괜찮아? 이걸 어쩌면 좋아.” “미미, 내 생각엔 이 똥 안에 독이 많이 들어있는 거 같아. 이 독이 사슴들을 죽이는 게 분명해. 사슴들이 나뭇잎 말고 다른 무엇을 먹었을까?” “아니, 사슴들은 늘 먹던 나무를 먹었어. 그리고 나무들은 내게 병들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어.”

“그렇담 나무들이 사슴을 살해하려고 한 걸까?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미소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미, 만약에 나무들이 사슴을 해치려고 했다면 이건 알프 요정님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빅, 아직 확실한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가 좀 더 조사해야 해. 섣불리 요정님께 말했다가는 나무가 큰 벌을 받을지도 몰라.” 미미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나무에 독이 오른 게 분명한 거 같아, 미미. 다시 나무한테 물어봐야겠어.” 빅이 제안했다. “나무들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수도 있지.” 미미는 자신에게 대답하던 수줍고 소심한 나무가 생각났다. ‘그렇게 귀엽고 작은 나무가…. 그럴 리 없어. 그들이 사슴을 해친 게 아닐 거야.’ 미미와 미소, 빅은 다시 떡갈나무를 찾아갔다.

“안녕!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어제 만났던 작은 떡갈나무는 긴장한 듯 가지를 한 번 구부렸다. “응, 미미. 무슨 일인데?” “여기 빅이 아픈 사슴의 똥을 조사했는데, 안에 독이 많이 나왔어. 사슴은 너의 잎 말고 다른 걸 먹지는 않았고. 아무래도 네가 어디 아픈 거 같아.”

그 말을 듣자마자 떡갈나무의 잎들이 갑자기 흔들렸다. 가지마다 붙어있는 잎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니 마치 숲속에 소나기가 내리는 듯 아주 시끄러웠다. 미미와 미소는 귀를 틀어막았다. 빅은 미미의 털 속으로 숨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무가 다시 정신을 차리는 데는 한참 시간이 걸렸다. 떡갈나무가 진정했을 때는 바닥에 이파리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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