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2> 통곡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최문형의 아침 동화

꽃이 되고 싶은 미미 <42> 통곡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3 09:40:15

미미는 갑자기 간밤의 꿈이 생각났다. 나무가 온 하늘과 땅을 덮어버린 꿈은 무서웠다. 아직 어린 떡갈나무이지만 그렇게 한동안 몸을 떨고 있으니 느낌이 오싹했다. “떡갈나무야, 무슨 일이야, 이제 좀 괜찮아?” 미미가 조심스레 물었다. 미소도 정신을 차렸고, 그렇게나 용감한 빅도 미소의 털 속에서 떨어져 나왔다. 무서워서 꼭꼭 숨었던 작은 동물들이 이제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은신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아! 응.” 떡갈나무는 아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미미, 나 너무 무서워~.” 어린 떡갈나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다시금 가지가 떨리고 아까처럼 숲이 시끄러워졌다. 가장 겁 많은 동물인 토끼는 아예 먼 곳으로 도망쳐 버렸다. “나무야, 진정해. 네가 우니까 나도 슬퍼져. 난 너의 편이야. 무서운 게 뭔지 말해주면 안 될까?” 미미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나무는 쉽게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숲이 소용돌이 쳤다. “실컷 울면 좀 마음이 풀리겠지. 하지만 너무 많이 울어서 요정들이 알게 되면 무슨 일인가 하고 금방 여기로 달려올지도 몰라.” 미미가 어린 나무를 달랬다. 그 말을 듣고 떡갈나무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안 돼! 미미! 난 요정님이 정말 무서워.” 미미는 나무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원래 요정은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기로 알려진 인간에게도 어느 정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요정이 왜 그렇게 무서운 존재일까? “떡갈나무야, 나는 너와 같은 식물을 위해 존재하는 백년의 동물이야. 네가 힘들고 어려운 건 무엇이든 나한테 말해 줘.” 미미와 나무가 이야기하는 동안 미소와 빅은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저 눈치만 굴리고 있었다.

떡갈나무의 사정은 이랬다. 이 어린 나무는 원래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다. 엄마와 가족은 멀리 떨어진 다른 숲에 살고 있다. 나무가 씨앗이었을 때 도토리를 좋아하는 다람쥐에게 먹혔다. 다람쥐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똥에 섞여 나온 곳이 바로 이 숲이었다. 그렇게 이 나무는 가족과 헤어져 살게 되었다.

“우리 식물들은 엄마나무와 떨어져 자라는 게 좋다고들 말하지. 엄마나무 근처에서 자라면 햇빛도 받기 힘들어서 자라기는커녕 살아남기도 힘들거든. 다행히 나는 양지 바른 곳에 떨어져서 봄이 되어 싹을 잘 피웠어. 해를 마냥 볼 수 있어서 쑥쑥 키를 키울 수도 있었지. 그래도 엄마와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어. 낳고 자라난 고향도 너무 그립고. 그렇게 외롭게 살고 있는 내게 친구가 생겼어, 미미. 그게 누군지 알아?”

“친구? 친구라…. 그게 누군데?” 나무가 잎을 살랑이며 말했다. “바로 사슴 가족이야. 그들은 내가 새순을 내자 나를 찾아왔어. 내가 막 올린 순을 정말 좋아하더라고.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어. 나의 소중한 순을 먹어치우다니! 쫓아낼까 생각도 했는데, 이상하게 사슴들이 내 순을 먹으면 나는 다시 더 건강한 순을 만들게 되고 내가 더 튼튼해지는 거야.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나도 그들과 정이 들었어.”

나무가 울음을 멈추고 미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빅과 미소는 근처 숲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평화로워지니 마음이 놓인 것이다. “그렇게 사슴과 친구가 되었구나.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 할 거야, 그렇지?” “맞아, 미미. 그런데 요즘 나의 친구 사슴들이 아프고 병들고 죽고 하니까 나도 어쩔 줄을 모르겠어. 엄청 우울해.”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최문형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