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4> 팡고른 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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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5 09:32:44

“알프 요정님, 떡갈은 그럴 친구가 아니예요. 제가 이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음이 고운 나무예요.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떡갈나무를 이해해 주세요.” 미미도 불쌍한 떡갈나무를 거들어 주었다. “글쎄요, 미미. 모든 것은 우리 요정들의 법정에서 가려질 겁니다.” 알프 요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바로 다음 날, 독을 만들어 사슴을 죽인 죄목으로 떡갈나무를 고발하는 아몬드숲 법정을 위한 요정회의가 열렸다. 이번 일은 가벼운 사건이 결코 아니었다. 벌써 사슴이 다섯 마리나 죽었고 앓고 있는 사슴이 일곱 마리였다. 식물은 못된 생명체가 아니다. 인간과 동물에게 먹을 것, 입을 것, 쉴 곳과 살 곳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기쁨과 즐거움까지 주는 어느 숲을 가리지 않고 어느 동네를 가리지 않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 식물이, 나무가, 법정에 선다는 것은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었다. 요정회의에서 아몬드 요정 알프의 지위는 확고했다. 사슴들의 죽음을 목격한 것도 알프였기에 알프가 떡갈나무를 고발하는 검사역을 맡았다. 떡갈나무 또한 자신의 요정을 가지고 있었다. 떡갈나무의 요정 리리는 당연히 떡갈나무를 변호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리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의 나무를 편들어줘야 했지만 왜 어린 떡갈나무가 그렇게 많은 양의 독을 만들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판사였다. 판사는 현명하고 중립적이고 경험이 많은 인물이어야 했다. 아몬드숲 요정회의는 아주 신중하게 판사를 맡아 줄 나무의 요정을 결정했다. 그 요정은 바로 전설적인 나무요정인 엔트 종족의 족장 팡고른으로 정해졌다. 팡고른은 이제 나이가 많아졌지만 사슴과 나무 사이에서 공정한 판결을 위해 이 임무를 흔쾌히 수락했다.

엔트 종족이 사는 숲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팡고른은 다음 날 오후 해질 무렵에 아몬드숲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팡고른이 중요한 임무를 띠고 숲에 온다는 소문이 온 숲에 가득히 퍼져서 팡고른이 숲의 입구에 다달았을 때는 숲의 크고 작은 동물들이 환영의 물결을 이루었다.

아빠 사슴과 다른 사슴의 무리는 물론이고 다람쥐 토끼 청설모 동고비 부엉이 기린 도마뱀 개구리 등등 모든 동물이 다 나와서 팡고른을 기다렸다. 나무수염이란 별명이 붙은 팡고른이야말로 숲의 요정의 원로이며 대부가 아닌가! 팡고른은 동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숲에 들어왔다. 그는 미미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미미, 내가 여기 아몬드숲에 온 것은 당신을 만나보기 위한 것도 있어요. 당신의 용감함은 우리 엔트 종족에까지 전해졌다오. 직접 보니 정말 백년의 동물답게 의젓하고 늠름하구료!” “팡고른 요정님,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미미가 반갑게 인사했다.

원래 숲의 요정들은 자신의 정체를 동물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팡고른은 자신의 모습을 동물들이 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환영하던 동물들은 다 제자리로 돌아갔고, 팡고른과 요정들은 숲 속 아늑한 장소로 들어갔다. 팡고른은 풀잎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떡갈나무 요정 리리에게 건냈다.

“이걸 빨리 아픈 사슴에게 먹이도록 하세요. 우리 엔트의 숲에는 식물의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가 있답니다. 사슴들이 차도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남은 약은 떡갈나무 뿌리 곁에 묻어주면 떡갈나무 독 수치도 내려갈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요정님! 이런 귀한 것을 챙겨주시다니요!” 알프 요정이 반갑게 인사했다. 요정의 가슴빛이 연초록으로 반짝였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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