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9단’ 경찰, 이재명 피소 4년 만에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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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성남FC 후원금 160억 의혹’ 불거져
文정부 5년 쌓인 적폐·비리 제대로 드러날까
‘검수완박’ 속 어부지리… 경찰 능력 시험대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04 00:02:02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했다. 이 전 지사가 고발된 지 4년이 흐른 시점이며, 유례를 찾기 힘든 늑장 수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검수완박’ 덕분에 수사권을 새로이 부여받게 된 경찰이 문재인정부의 다른 비리들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 지를 가름할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프로축구 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분당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이 전 지사가 2015~2017년 성남시장 겸 성남FC 구단주로 있을 때 6개 기업으로부터 160억원을 받고 각종 특혜를 줬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 등이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주고 용도변경, 건축허가, 시 금고 계약연장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2018년 6월 야당이 ‘3자 뇌물’ 혐의로 이 전 지사를 고발했지만 분당경찰서는 서면조사만 하고 3년 3개월을 끌다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검찰 불송치를 결정했다. 기업들이 성남FC에 광고비를 지급했고,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민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관련자들이 부인하고 있다”며 무혐의라고 설명했었다. 그 직후 이 전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에 반발한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자 경찰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선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성남지청 수사팀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겠다고 보고하자 김 총장이 성남지청장에게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사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수차례 반려하는 등 묵살했고, 이로 인해 수사를 맡은 박하영 차장 검사가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건은 권력의 수사 개입 양상으로 번졌다.

결국 지난 2월 여론에 떠밀린 검찰이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3월9일 대선까지 경찰 수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이 전 지사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약 두 달 만에야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분당경찰서는 성남시청 정책기획과·도시계획과·건축과·체육진흥과·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압수수색 대상에 이 전 지사의 자택 등 사건 관계인의 집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상임고문 망신주기냐, 아니면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재명 사법살인의 신호탄을 쏘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수완박’의 미래가 점쳐질 전망이다. 성남FC 사건을 보면 경찰과 검찰 모두 사건의 본질에 손도 대지 못했다. 수사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결정적’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즉 정권이 수사 주체를 압박했느냐 여부가 핵심인 것이다.

현재 민주당 덕에 얼떨결에 수사권을 장악하게 될 경찰은 민주당 의지와는 달리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수사 결과를 보면 문 정부의 수많은 불법 ‘미제 사건’이 검수완박 속에 묻혀 질지 점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대통령 가족이 연관된 이상직 비리, 블랙리스트 사건, 대장동 비리,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등도 수사가 본질에 접근조차 못했다.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불법이 저질러졌는지 검수완박 덕에 수사권을 부여받게 된 경찰이 밝혀낼 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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