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제2의 ‘십상시의 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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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검수완박 국무회의 의결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05 00:02:40

예나 지금이나 전무후무하고도 극단적인 방식으로 일신의 안전과 권력을 도모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가 환관들이 ‘대장군’을 살해했던 서기 189년의 십상시의 난이다.

십상시는 정사 삼국지에서는 장양‧조충‧하운‧곽승‧단규‧손장‧필람‧율숭‧고망‧장공‧한리‧송전 등 12명의 환관으로 기록됐다. 그러던 게 원말명초(元末明初) 시기 출판된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10명으로 각색됐다.

후한(後漢) 시기에는 어린 황제가 즉위하는 일이 잦아 외척이 권력을 독점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때문에 권신에게 휘둘린 황제는 환관을 대항마로 육성해 외척에게 대항하곤 했다. 그 결과 ‘문고리’가 된 환관들이 천자의 눈과 귀를 막고 사실상의 ‘황제 대리인’을 자처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외척도 지지 않고 권력을 노렸기에 이들 사이에선 피의 숙청이 횡행했다. 대표적으로 후한 4대 황제인 화제 때는 외척 두 씨가 환관들에 의해 숙청됐다. 상제‧안제 시기에는 외척 등 씨가 이윤‧강경 등 환관들에 의해 밀려났다. 전소제 때는 염 씨가, 충제 때는 양 씨가, 영제 때는 두 씨가 각각 환관들과의 파워게임에서 패배했다.

외척들 중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인물은 영제 시기 하태후의 이복오빠였던 하진이다. 형주 남양군 완현 사람이었던 하진은 당초 소 잡는 백정이었다. 하태후가 환관들에게 뽑혀 영제의 후궁이 되고 황후로 승진하자 그도 출세가도를 달려 끝내 대장군 자리에 올랐다. 하진은 암군 영제와 함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던 십상시 척결에 나섰다. 명문세가의 자제였던 원소 등 청류파도 하진에게 힘을 실었다.

영제가 붕어하고 어린 소제가 즉위하자 하진은 행동에 나섰다. 어린 황제는 모친에게 의지했으며 하진은 문무대신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십상시의 목을 옥죄었다. 원소는 자신을 태후 자리에까지 올린 환관들을 잊지 못하는 하태후의 재가를 받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책을 내놨다. 병사들을 도적 집단인 흑산적으로 꾸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흑산적 유화정책을 주장하던 십상시를 탄핵한 뒤 숙청한다는 계획이었다.

부패와 무능으로 이심전심하던 영제가 사망하고 천자마저 하태후의 섭정을 받는 상황에서 하진이 칼을 빼들려 하자 십상시는 전무후무하면서도 극단적인 행동에 나섰다. 바로 ‘대장군 암살’이었다. 이들은 어느 날 태후의 조서를 날조해 하진을 궁궐로 불러들인 뒤 단칼에 목을 베었다.

하진을 살해한 십상시는 조서를 꾸며 자신들과 사이가 가깝던 태위 번릉을 사례교위로, 소부 허상을 하남윤으로 삼는다고 공포했다. 사례교위는 수도 낙양을 관장하는 직책으로 행정권‧병권을 모두 쥘 수 있었다. 십상시는 감히 대장군을 죽인 것도 모자라 아예 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태후전으로 들어갔던 대장군이 느닷없이 실종되고 뒤이어 환관들이 조서를 공개하자 대신들은 진위여부에 의심을 품었다. 문무대신들이 “우선 대장군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하자 십상시는 노골적으로 하진의 머리를 내던지며 “하진은 모반을 꾀해 이미 주살했다”고 외쳤다.

하진이 비록 미천한 신분 출신이고 그 자신도 결코 완벽히 청렴하다거나 유능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부패척결에 나서는 등 대장군으로서의 제 역할은 한 인물이었다. 그런 대장군을 환관들이 함부로 주살하고 나아가 조서까지 날조하자 문무대신들은 말 그대로 분기탱천했다.

하진의 부장 오광 등은 원소‧원술 등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궁궐에 돌격했다. 십상시는 급히 측근들을 소집해 병권을 쥐려 했지만 번릉 등은 원소에게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노식‧왕윤 등 조정대신들도 모조리 반(反)십상시 선봉에 섰으며 갖은 악행을 저질렀던 환관들은 일신의 안위와 한 줌 권력만을 꾀하다가 줄줄이 목이 달아났다. 하진 암살로부터 시작된 환관의 세상은 단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 특히 당내 강성세력인 ‘처럼회’가 주도해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폭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적잖은 국민은 사실상 ‘방탄용’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문재인 대통령,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이재명 상임고문, 이들과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민주당 인사들 수사를 ‘증발’시키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것이다.

설령 민주당 측 주장이 맞다 해도 전무후무하고도 극단적인 방식은 결국 만인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이상민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십상시의 난은 단 3일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대한민국 제1야당이 ‘제2의 십상시’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기에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드라고 코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작업반(WGB) 의장은 지난달 22일 법무부에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을 우려한다”는 서신을 전달했다. 민주당이 더이상 국가망신을 초래하는 빌미를 주지 말고 자중하기를 기대한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