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고액신용대출 규제, 적용 시점 소비자에게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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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시점 이후 기존 대출 상환 시 대출잔액에 포함
금소연, 공정위에 상환시점으로 변경 개정안 신청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04 13:56:53

#. 지난해 1월 추가 신용대출이 필요한 직장인 최씨(54세)는 금리가 낮은 비대면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당시 최씨는 아파트 매입을 계약한 상황이라서 신용대출 잔액이 1억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고, 신규 대출금으로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1억원 이하라고 계산했다. 이후 3월에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해 7월 해당 은행은 ‘신용대출 추가약정서 위반’으로 최씨에게 대출금 전액을 갚으라고 통보했다. 최씨가 기존 대출금의 일부는 신규 대출에서 자동으로 갚았고, 약 10분 뒤 나머지를 직접 갚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고액신용대출 규제’를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올 2월 상품설명서상 약정시점을 약관상의 상환시점으로 바꾸는 내용의 추가약정서 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2020년 11월부터 누적 1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년 안에 집을 사면 해당 신용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시장 투자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앞선 최씨의 경우 자동으로 갚은 대출금은 1억원 초과 판단 기준에서 제외됐지만, 10분 뒤 직접 갚은 돈이 추가 신용대출과 함께 묶이면서 1억원을 초과했다.

금소연은 대출 잔액을 판단하는 시점을 상환시점이 아닌 약정시점으로 제약한 것은 ‘은행이 아닌 금융소비자에 대한 제재’이자, ‘실체적 내용보다 형식적 절차에 의한 규제’라며 “고객의 재산 보호보다는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위한 규제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강형구 금소연 사무처장은 “(이는) 규제 대상인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면서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우선시 하는 불공정한 설명이다”라며 “신규 대출금으로 자동상환, 비자동상환 구별 없이 대출 실행 당일 영업시간 내 상환되는 기존 신용대출 금액은 잔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은행이 비대면 대출상품에서 실체적인 내용보다 형식적 절차에 의한 대출 규제로 금융소비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피해가 발생했다면 시스템적으로 이를 예방하지 못한 은행에 우선 책임이 있다며 공급자 중심의 약관, 관행, 제도는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