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시장상황 긴급 점검회의... 미 연준, 기준금리 0.5%p 전격 인상에 따른 후속조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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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22년 만에 첫 ‘빅 스텝’ 선택... 한국도 고물가 비상인 상황
파월, 지속 인상 시사… 내달부터 양적 긴축 돌입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05 16:41:20

미국이 4일(현지시간) 22년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음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능동적인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대폭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어린이날이자 휴일인 5일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FOMC(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번 FOMC 회의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도 다소 비둘기파적(dovish)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인 0.5%p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 연준이 연내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한은 역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5%로 고정되고 미국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0.5%p 인상되면 한미간 금리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좁혀지게 된다. 또한 미국이 한번 더 금리를 인상한다면 한·미 간 금리 수준은 곧바로 역전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으면 원화 가치가 낮아지게 되므로 원·달러 환율 상승, 해외자본 유출, 물가 상승 등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전 이에 대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자본 유출의 경우 금리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 심리,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방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었다.

이 총재는 취임 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이상 올릴 수 있다”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을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일(현지시각)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9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75~1%로 0.5%p 인상하며, 내달부터 대차대조표(B/S) 축소(양적 긴축)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1982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0.5%p는 사실상 최대 인상폭이다. 2000년 0.5p 인상(6→6.5%) 이후 금리 인상폭은 매번 0.25%p(‘베이비 스텝’)에 그쳤지만 22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에 그 두 배인 ‘빅 스텝’을 택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의 기조가 적절히 강화되면, 인플레이션이 2%의 목표치로 돌아오고, 노동시장의 강세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연준은 올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며, 6차례에 걸친 추가 인상을 통해 연내 2%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단번에 0.5%p 인상이라는 ‘빅 스텝’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FOMC 위원들이 6·7월 회의에서 0.5%p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에 폭넓게 공감(broad consensus)하고 있다”면서도 단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준은 내달 1일부터 약 8조9000억달러(약 1경1272억원)에 달하는 양적 긴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올 1월 발표한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 원칙’과 일관된 내용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연준이 매입한 자산이 크게 늘었는데, 이를 팔아서 시중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SOMA(System Open Market Account) 계정에 보유한 국채, 정부기관채권,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하려고 한다.

당장 내달부터 국채 300억달러, MBS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세 달 뒤에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달러까지 축소 상한액을 늘릴 계획이다. 2017~2019년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 상한액은 월 최대 500억달러였다.

한편, 올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5%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휘발유, 원자재, 식품 등의 가격이 급등했고, 농산물 등의 공급이 악화됐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