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6> 울타리가 문제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8 19:00:17

“미미의 말대로라면 어떤 원인으로 독이 올라갔는지 알아봐야겠군요.” 팡고른 재판장은 이쯤에서 오늘의 법정을 정리했다. 사흘 뒤 같은 시간에 다시 법정을 열기로 했다. 알프와 리리는 곧바로 조사단을 꾸렸다. 사슴 언덕을 중심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알프 요정은 동고비 부부에게 이 일을 부탁했다. 도도 아줌마와 아저씨는 그 사이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시간이 자유로워진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 도도 아줌마는 오랜 만에 숲의 중요한 임무를 맡아서 좀 들떠 있었다. “미미야, 아이들 양식을 구하러 밖에 나가기는 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러 나가는 건 난생 처음이야!” 아이들이 다 자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서 아줌마와 아저씨가 번갈아 조사를 나가기로 했다.

먼저 동고비 아저씨 두두가 사슴 언덕의 동쪽으로 나가 보았다. 언덕의 동쪽은 주로 풀밭이었다. 간혹 키가 작고 여린 나무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토끼풀을 비롯한 각종 풀들이 활개를 치며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특별한 일이 생긴 것은 없었다. 작은 동물들과 풀들이 어우러져 평화롭게 즐기는 곳이었다. “어때요? 아저씨. 특별한 일이 있어요?” “아니, 미미! 동쪽은 그저 한가롭기만 해.”

다음 날은 도도 아줌마 차례였다. 아줌마는 부지런히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는 신나게 서쪽으로 향했다. 식량을 구하러 가는 일 말고 이런 자유로운 외출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론 큰 임무를 가지고 가는 것이긴 했지만. 도도 아줌마는 사슴 언덕의 서쪽을 찬찬이 둘러보았다. 서쪽은 좀 복잡한 곳이었다. 바위가 많고 죽은 나무 등걸도 있었다. 지난가을 태풍이 불었을 때 이 지역의 피해가 심해서 여기저기 꺾인 나무들이 많았다.

‘별 문제는 없어 보이네.’ 도도 아줌마가 집으로 향하려고 방향을 틀었을 때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게 뭘까?’ 아줌마는 무언가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큰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그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울타리였다! 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사슴 언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철제 울타리가 있었다. 크고 단단한 울타리는 언덕의 서쪽을 촘촘하게 막아놓고 있었다.

아줌마는 얼른 돌아와 미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 사실을 들은 알프와 리리는 사슴 언덕 서쪽으로 향했다. 거대하고 긴 울타리가 숲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미미는 이 사실을 듣고 사슴 가족에게 갔다. “저기 울타리가 생겼는데 알고 있었어요?” 엄마 사슴이 대답했다. “예, 미미님, 얼마 전부터 저 울타리가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는 식사를 하러 그 너머로 갈 수 없었어요. 이곳의 떡갈은 우리에게 좋은 양식을 주지만 저 너머에도 참 맛있는 나뭇잎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곳으로 가지 못했어요.” 미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 있는 떡갈나무만 먹어야 했군요.”

미미는 사슴 가족과 서둘러 작별하고 요정들에게 갔다. “인간들이 숲의 동쪽에 친 울타리 때문에 사슴들이 그 너머의 잎들은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렇담 가엾은 나의 떡갈이 너무 힘들었겠는 걸?” 리리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사슴들이 떡갈의 잎만 주로 먹었겠네?” 알프가 되받아 말을 이었다. “미미, 나무는 잎이 너무 많이 뜯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만들게 돼. 그러다가 동물들이 잎을 뜯지 않으면 다시 독의 수치를 내리지.”

“그렇담, 사슴 가족이 쉬지 않고 잎을 먹으니까 불쌍한 떡갈은 계속 독을 만들 수밖에 없었군요.” “맞아, 미미.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떡갈나무를 벌주려고 했어.” 알프 요정은 울먹이며 말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최문형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