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8> 아몬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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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11 09:40:35

“미미, 집으로 돌아갈 거야?”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미미는 고개를 돌렸다. 아몬드 나무가 잎을 팔랑거리고 있었다. “아! 아몬드구나! 안녕?” “미미, 나는 널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언젠가 너랑 이야기할 때가 오겠지 하고.” “아몬드야,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알고 있어, 미미. 그동안 이 숲에는 사슴 사건이 있었던 것도.”

“그런데, 아몬드야, 요즘도 청설모가 너를 괴롭히고 그래?” “미미, 그 정도 괴롭힘은 그냥 일상이야. 그때 네가 나를 아껴주어서 흐뭇했어.” 이제는 꽃을 다 떨군 아몬드 나무는 싱싱한 푸른 잎을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미소는 엄마가 보고 싶어 하셔서 빅이랑 어제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수수 형제가 붙잡아서 며칠 더 있을 참이었어. 아몬드야, 나는 네가 부러워. 봄날의 그 예쁜 꽃들을 다 떠나보내고 나도, 이렇게 싱싱한 잎을 자랑할 수 있잖아?”

아몬드가 가지를 으쓱하면서 좀 쑥스러워 했다. “미미, 우리 나무들은 한 곳을 지키고 앉아서 오가는 많은 동물과 어울려 사는 운명이야. 별별 동물과 곤충이 우리를 찾아오지. 인간도 그렇고. 하지만 이제까지 살면서 너처럼 나무를 아껴주는 동물은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너를 만나 정말 고마웠다고 꼭 말하고 싶었어.” 아몬드 나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떨렸다.

나무는 그날의 감동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미미, 우리가 왜 많은 동물이 오고가는 것을 그저 담담하게 보아 넘길 수 있는지 아니? 네가 보았던 청설모는 내 가지를 권투장으로 알고 마구 뛰어다니며 나의 아기들인 꽃들을 해쳤잖아? 물론 우리가 단지 식물이고, 동물보다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너도 보았듯이 떡갈나무의 독 때문에 사슴이 많이 죽었지?”

“그래, 맞아, 아몬드! 떡갈은 자기가 그렇게 힘이 센 존재인지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사슴이 죽은 걸 아주 슬퍼했어. 내 앞에서 펑펑 우는데 나도 마음이 안 좋았어.” “맞아, 미미.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다고 자랑하는 인간도 감쪽같이 없앨 수 있어. 하지만 우리의 존재 이유는 이 지구가 잘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거야. 나무의 요정들은 나무들이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들이고.”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인간이나 동물은 너희들이 움직이지 못한다고 우습게 보지?” 미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호, 미미야. 동물은 그렇지 않아. 물론 가끔 무식한 동물이 우리를 괴롭힐 때도 있지만 웬만한 동물은 우리들의 존재를 본능으로 알고 느낀단다. 미미, 너는 아이큐랑 이큐가 뛰어나니까 꽃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를 도와준 거구. 넌 특별한 백년의 동물이잖아?” 아몬드 나무가 가지를 흔들며 손뼉을 쳤다.

그 바람에 주변에 싱그러운 내음이 쫙 깔렸다. “무슨! 내가 뛰어난 건 아니고 난 그저 꽃이 좋아. 다시 태어나면 꽃으로 태어나고 싶어. 오랫동안 살진 못해도 숲 속 모두의 사랑을 받잖아.” 아몬드 나무가 말을 이어갔다. “미미, 우리가 동물이나 인간을 무심히 보아 넘길 수 있는 건 우리가 더 나이가 많은 탓도 있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너 알아?”

“글쎄, 엄마가 그러셨는데 나무들은 보통 백 년을 훌쩍 넘긴다고 그러시던데?” “미미, 백 년은 기본이고 나무들은 천 년을 살기도 해. 지구에 사는 나무 중엔 오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도 있단다. 지난번에 우리 숲에 온 팡고른 족장은 그렇게 장수하는 나무들의 요정이거든.” “우와! 대단해. 우리 같은 동물들이랑 비교가 안 되는 구나.”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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