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무역수지 적자… 새 정부 앞에 놓인 '경제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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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 미국 통화 긴축 정책 영향
러·우 전쟁 여파 국제유가 고공행진… EU 러시아 추가 제재 검토
무역수지 2개월 연속 적자… 중국 봉쇄 장기화로 수출도 하락세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08 16:14:11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끄는 차기 정부 경제팀은 고환율 고물가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추 후보자가 인수위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끄는 차기 정부 경제팀도 닻을 올린다. 원·달러 환율 상승,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의 악재가 첩첩산중 처럼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 연준 ‘빅스텝 여파’… 환율 오르고 주가 내리고

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4원 오른 1272.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역시 전일 대비 33.06p 하락한 2644.51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36억원, 3001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 확대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지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0bp(1bp=0.01%) 인상하고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 대외적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물 경제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8% 상승하며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는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치이며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인 것도 2011년 11월, 12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러시아 경제제재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발표하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14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여전히 11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산 원유와 정유 제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금수조치를 검토하며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불안 요인 때문에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상승에 무역수지 적자 심화 우려

우리나라는 원유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경제적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는 5.70배럴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인당 원유소비량은 18.0 배럴로 OECD 회원국 중 4위다.

국제유가를 필두로 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그대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 무역수지 26억6000만달러 적자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1월 47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월 8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지만 3월에 다시 적자 전환한 이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한 57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2월(20.7%)·3월(18.2%)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주요도시 봉쇄 등 대외적 리스크로 향후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특히 중국 수출액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각종 악재가 겹치며 경제성장률도 부진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3.3%) 예상보다 0.8%p 하향 조정된 수치다. IMF는 1월에 이미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0%로 내린 바 있고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우리 경제가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매우 엄중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서민물가 안정은 우리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