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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다보니 배달 앱 사용이 크게 늘었다. 이에 힘입어 배달 앱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하지만 고객 확보 차원에서 출혈 경쟁을 펼치면서 배달 앱 업체들의 적자가 커지자 업체들이 배달수수료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이에 피해를 떠안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코로나19에 배달 수요 급증… 다양한 문제점 대두
코로나19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고강도로 이뤄진 기간 동안 사람들은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을 줄였다. 식당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배달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배달 앱 이용자가 늘어나자 배달 가능 음식도 치킨·피자 등에서 스테이크·파스타·초밥 등 다양해진 것도 배달 앱 이용 증가에 한몫 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앱 3사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3526만명에 달했다. 전 국민의 70% 가량이 배달앱을 사용한 셈이다. 이 영향으로 배달음식 시장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6783억원으로 전년(17조3342억원) 대비 48.2% 늘어났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과 후의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18년과 2019년의 서비스 거래액은 각각 5조2627억원과 9조7354억원이었다. 이어 2020년에는 17조3342억원으로 약 78% 급증했다. 불과 3년 사이에 5배 가까이 규모가 커진 것이다. 특히 앱을 비롯한 모바일 주문이 24조9882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97.3%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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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
배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런저런 문제들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 배달 수요 급증에 따라 배달건이 몰리면서 난폭운전으로 인한 교통 사고율 증가 등 예기치 않은 일들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배달비 인상이다. 배달 수요가 몰리자 배달 업체들이 앞다퉈 배달 라이더를 데려오기 위해 배달비 인상이라는 유인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비가 올라가면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음식값을 올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가격에 전가돼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스카이데일리가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달비 인상을 많이 체감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32명(88%)에 달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배달을 한 번 시키기 위해 최소 주문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도 부담되는데 배달비까지 올라 밥 먹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 “대학가 등에서 배달을 자주 시키는 학생들은 배달비가 조금만 올라도 배달시키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편하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배달비와의 전쟁 속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다만 배달비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배달 앱 사용을 꺼리기 시작하면 배달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배달 앱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배달비 인상 등 적자를 감수하고 점유율 확보에 나섰던 만큼 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모바일 시장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24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앱 이용자 수가 모두 감소했다. 해당 기간 이용자 수는 5045만5131명으로 3월18~24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배달의 민족 이용자가 9% 줄었고 요기요는 16% 감소했다. 쿠팡이츠 역시 18%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비 인상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새로운 플랫폼 트렌드인 ‘하이퍼 로컬’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이퍼 로컬’은 지역, 지방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이상, 지나침’을 의미하는 접두사 하이퍼(hyper)를 결합한 단어다. 단어 그대로 ‘지역 이상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넓은 개념의 지역이 아닌 ‘실제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우리 동네 정도의 구체적인 범위’를 지칭한다.
‘하이퍼 로컬’ 앱을 통해서는 배달뿐 아니라 사소한 심부름까지 서비스가 가능하다. 심부름값으로 5000원을 받는다. 배달비가 3000~4000원인 배달 업체에 비해 더 비싸다고 볼 수 있지만, 최소주문 금액이 정해져 있는 배달 업체와 달리 소량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앱으로 ‘해주세요’, ‘MIGO’ 등이 있다.
하이퍼로컬의 대표 앱 ‘해주세요’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 약 15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심부름을 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전체 주문량의 50% 이상이 배달에 집중될 정도여서 배달 업체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속도에 집중하는 배달 업체보다 여유롭게 소비자가 모든 금액을 정해 그에 배달원이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서비스다.
조현영 ‘해주세요’ 대표는 “시장의 수요가 많지만, 앱의 운영 난이도가 높아 운영이 쉽지 않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다른 경쟁 앱이 많지 않지만, 경쟁 업체들이 생기더라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소비자 편에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기업이 조금 부담을 지더라도 과감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받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방법을 고안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개인 보안이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배달원을 한 명씩 직접 검증하고 관리한다”며 “단순 배달을 넘어 클린 커뮤니티 앱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가 해당 앱을 직접 사용해보니 항상 최소 금액에 맞춰서 주문해야했던 다른 앱과는 달리 약간의 심부름 값만으로 금액에 상관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다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활성화되지 않은 동네가 많았다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런 대안 업체의 등장에 대해 자영업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조모(55)씨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작했지만, 배달비가 오르면서 생각보다 남는 것이 없다”며 “배달 서비스가 가게 운영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배달비 등의 절감으로 가게의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좋은 서비스의 음식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배달 서비스는 경쟁력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달비) 인상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하이퍼 로컬에 대해 “기존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에 소비자들이 한계점을 느끼는 순간 새로운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다만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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