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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양하다. 성악가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성직자는 고즈넉하게 생명과 진리의 길을 안내한다. 태권도 사범은 동작을 지시하고, 연인끼리는 아무리 낮게 소근거려도 상대에게 속마음을 전달한다.
사람이 내는 소리를 보통은 ‘말’ ‘언어’라고 한다. 격이 떨어지는 소리엔 ‘개(犬)’를 접두어로 붙여 ‘개소리’가 되고, 격이 높으면 ‘씀’을 접미어로 붙여 ‘말씀’이 된다. 접두어 ‘개’가 붙느냐 접미어 ‘씀’이 붙느냐는 온전히 말 하는 사람의 태도와 양식에 달렸다.
같은 말에도 의미 없이 마구 지껄이는 그냥 ‘말’이 있고, 조리 있게 잘 포장해서 하는 ‘훈화’ ‘담화’가 있고, 강제력 등 권력 효과를 갖는 이데올로기를 품은 조직화된 ‘담론’이 있다. 이를 테면 보통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동석자와 한 소리는 말이지만, 교장선생님이나 장관 혹은 대통령이 공식 행사 때 하는 소리는 ‘훈화’ ‘담화’가 된다.
담론은 격이 또 좀 다르다. 소리나 말이 담론이 되려면 ‘조직화’와 ‘권력 효과’를 갖춰야 한다. 가령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발언하면 ‘말’에 불과하지만, 통일부 장관이 통일정책을 발표하면 ‘담론’이 될 수 있다.
말을 ‘담론’으로 끌어올린 이는 레닌과 마오쩌둥 같은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언어는 혁명의 무기이자 사상 개조의 핵심 수단’이라며 국민의 말을 통제하며 자신들만 담론을 생산해냈다. 북한은 전형적인 담론 통제 국가다. 담론을 생산하는 주체는 수령뿐이다. 인민은 객체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는 실천이 따르지 않고 오로지 현란한 말잔치 일색이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와 비교됐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만들겠다”는 대전제 아래,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 위협”으로 집약됐다. 문재인정부 때 실종됐던 주권의 원천 ‘국민’과 국가의 존재가치인 ‘자유’를 35번이나 반복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허언이었던 문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내놓은 담론대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길 바란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말이 될지 담론이 될지는 머지않아 드러난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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