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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기아가 임금 단체협상에 돌입하며 파업 가...'))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임금 단체협상에 돌입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경모드로 돌아선 양사 노조가 공동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 요구사항 중 사측에서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 많아 노사협상이 장기화될 공산이 짙어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양사 노조 강성 전환… 역대 최고액 기본급 인상안 요구
현대차 노조는 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단체협상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3년 동안 무분규를 유지했고 기아차의 경우 10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 그룹 노조가 강성으로 돌아서며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그룹사인 기아차 노조와 공동 투쟁을 전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호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은 현대차 사내 강성 현장 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을 맡아 연대 총파업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홍진성 기아 노조 위원장 또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홍 위원장은 2006년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으로 6개월 구속 수감된 적이 있으며 민주노총 대의원, 금속노조 중앙위원, 기아차지부 대의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월 16만5200원 인상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기본급 인상안은 지난해 기본급 인상안(7만5000원)의 두 배 이상으로 기본급 인상 폭이 가장 컸던 2015년(8만5000원)과 비교해도 많은 규모다. 노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308억원, 685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노조는 최근 몇 년 동안 무분규를 유지했으나 코로나19로 임금동결 등을 받아들인 만큼 이번에는 확실한 보상을 쟁취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호실적을 거둔 것도 노조 요구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1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6% 상승한 30조29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1조9289억원이었다. 기아는 1분기 매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 1조6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49.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다만 양사는 1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중국 상하이 및 일부 지역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시장 판매량 감소·원자재가격 상승 등이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고 다른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신차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신차구매 플랫폼 겟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출고 대기기간은 최소 3개월, 최대 1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국내 공장 건설… 전기차 전환에 필요 인력 30% 감소 예상
현대차 사측과 노조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은 정년 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시니어 촉탁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 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에 신입사원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제도다. 이에 더해 정년을 60세에서 61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관철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자동차 생산직 2600명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부터 5년 동안 1만2600명이 정년퇴직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 전체 조합원이 4만7500명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5년 안에 노조원의 4분의 1 이상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이 노조의 인력 충원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30%가량 적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생산직 인력 수요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미래형 자동차에 적합한 R&D 인력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직 인원 충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의 인력 구조는 생산직 근로자가 전체의 50%에 달하고 R&D 인력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방식으로 인력 비중을 조절하려 했으나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년 연장보다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 등을 더 선호하는 MZ세대 직원들이 노조 투쟁 방침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새나온다. 현대자동차 그룹 내 MZ세대 직원들이 노조가 4050 생산직 직원들의 요구만 반영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MZ세대 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이 기존 노조에 반발해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을 출범시킨 바 있다. 노조는 MZ세대 직원의 의견이 반영된 요구안도 내놓을 방침이지만 이미 노조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어 협상력 약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요구도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법(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따라 현지에 공장을 건설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은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가스·전기·통신 등의 기간시설을 짓거나 자동차 장비를 살 때 국산품 이용을 독려하는 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기관이 소유한 차량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고 정부가 구입하는 차량에서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50%가 되도록 하는 등 자국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춰놓지 않으면 미국 전기차 시장 확보에 차질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금속노조 내에서도 강성노조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임단협이 다른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대차의 경영 방침과 노조의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문재인정부 때는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펼쳤기에 노조의 요구가 힘을 얻었다”면서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친기업 선언을 한 만큼 노조가 바뀌어야 협상이 성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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