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54> 음표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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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19 08:40:45

“맞아! 이 노래야!” 자기도 모르게 미미가 소리쳤다. 미미의 외침에 놀란 음표들이 갑자기 노래와 춤을 멈추었다. “미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래라니?” 래빗이 외쳤다. 음표들은 순간 나뭇잎으로 변했다.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노랫소리! 바로 이 소리였어.” 그 말에 래빗이 슬픔에서 벗어났다. “이 노래를 네가 들었다고?” 래빗이 되뇌었다.

“나는 노랫소리에 잠이 깨었고 이 소리를 따라서 사닥다리에 올랐고 그러다가 회오리바람이 나를 데려온 거야.” “노래를 따라 왔다고? 그렇다면…. 미미, 네가 바로 이 숲을 구하러 온 기사구나!” 래빗이 환하게 웃었다. “맙소사! 내가 엄마와 이모들에게 들은 기사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건장한 멋진 남자가 백마를 타고 큰 칼을 들고 온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아가씨가 올 줄 누가 알았을까?”

“래빗! 네가 설치류의 전설을 모르는구나. 혼인을 할 때가 된 쥐가 온 세상을 다니면서 신랑감을 찾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신랑감은 바로 쥐였다는 얘기 말이야. 내가 쥐는 아니지만 사촌격인 햄스터야. 햄스터를 우습게 보면 안 돼요!” 미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제자리에서 한 번 돌고는 기사처럼 팔을 쭉 뻗어 보였다.

“호호호!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햄스터 기사님~.” 래빗도 미미를 따라해 보았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드레스가 뒤집어졌다. 드레스에 얼굴이 파묻히고 안에 있던 뿌리가 나오는 바람에 래빗의 모습은 잘 포장한 산삼처럼 되었다. 하도 우스꽝스러워서 미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래빗도 따라 웃었다. 두 소녀의 폭소에 나뭇잎들도 뒹굴며 웃었다.

“래빗!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소란스런 소리에 아래층에 있던 레드가 올라왔다. “래빗,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던 레드는 미미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뭐야, 이 작은 동물은? 햄스터잖아?” 레드는 순간 미미를 주먹 속에 넣어 버렸다.

“아니, 이 아이는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야. 내가 얼마나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는데.” 거인 레드의 손아귀에 들어간 미미는 버둥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레드! 놓아 줘!” 래빗이 급히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레드가 주먹을 꽉 쥐는 바람에 미미는 그만 기절해 버렸다.

미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래빗이 아니고 알프였다. 미미는 꿈을 꾸고 있나 하고 코를 긁어 보았다. 앞발에 긁힌 코가 따가웠다. ‘이건 꿈이 아닌가 보네, 그럼 래빗을 본 게 꿈이었을까?’ 미미가 어리둥절 하는 사이 알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미! 정신이 들어? 너를 또 잃어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알프는 미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 미미의 얼굴이 알프의 눈물로 축축해졌다. “요정님, 내가 왜 여기 있어요?” “미미, 너는 며칠 전 블루래빗을 쓰다듬고는 정신을 잃었단다. 여긴 요정들의 궁전이야. 우리 요정들은 네가 깨어나지 않을까 봐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 됐어, 미미! 다시 우리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