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빚 600조, 방치하면 재정 파탄 빤하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文정부 5년 부실 터는 ‘공공기관 효율화’ 시급
방만 경영으로 인력 35%·부채 90조원 늘어나
기관 자율에 맡기고 경영평가에 실적 반영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17 00:02:02

퇴임한 문재인정부가 몸집 부풀리기로 일관해온 공공기관에 대한 군살 빼기가 시작된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재정이 파탄나고 말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누적된 공공기관 부실과 비효율을 털어내는 개혁이다.

문 정부 5년간 비대해진 조직과 폭증한 부채를 고려할 때 공공기관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우선 600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부채를 기록한 공공기관에 대한 ‘빅배스(Big Bath)’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빅배스는 묵은 때를 모두 벗겨내는 ‘큰 목욕’을 의미하며, 새로 취임한 책임자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다는 뜻이다.

지난해 공공 기관 350곳 부채는 전년보다 41조8000억원 증가한 583조원이나 된다. 관련 통계를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였다. 올해 정부예산 607조원에 맞먹는다. 문 정부 5년간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는 90조원에 달한다. 유형별로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채가 434조1000억원, 한국국제협력단·근로복지공단 등 준정부기관은 128조300억원, 그 외 기타 공공기관 20조6000억원이다.

부채는 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대책, 한국판 뉴딜 등 공공사업을 진행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2017년부터 4년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 등 공공주도 정책과 일자리가 크게 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출연·출자·보조금 등의 합계인 정부 순지원액 증가영향이 크다. 공공기관이 자체 사업이 아닌 세금에 의지해 연명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순지원액은 2016년 말 67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99조4000억원으로 5년간 31조6000억원(47%) 급증했다.

공공기관 적자는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 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LNG 가격이 폭등하자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올해 적자가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불어났다. 작년 말 350개 공공기관의 인원은 44만3000명으로 5년 전보다 35%, 11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복리후생비는 7667억원에서 8594억원으로 927억원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이 스스로 인력을 줄이거나 동결하면 경영평가에서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5년 내내 ‘세금 일자리’만 늘렸던 공공기관이 이제는 인력과 경영에서 고삐를 조이며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과 민간이 경합하는 업무는 조정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공공 기관들은 부채 증가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영업 손실을 낸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자회사 사장들은 작년에 1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았다. 부정확한 부동산 통계로 정책 혼선을 일으킨 한국부동산원, 코로나19로 외국인의 국내 관광이 사실상 중단돼 성과랄 게 없는 한국관광공사 임원도 성과급을 챙겼다. ‘모럴 해저드’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공기관 수가 제일 많다. 그 공공기관이 정부가 할 일까지 대신하면서 ‘정책 비용’을 떠안는 바람에 부실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빚은 정부가 보증을 선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숨겨진 나랏빚’으로 불린다.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공기관의 군살을 확 빼지 않으면 나라 살림은 결딴날 수밖에 없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