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당원 눈에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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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당원 장악한 민주 ‘국회의장 선거’ 농락
후보 의원들 “민주당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
학계 “국회의장 정치 중립은 의회주의의 기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18 00:02:01

더불어민주당이 ‘골수 민주당’ 인사를 국회의장으로 뽑으려 한다. 민주당 당원들이 “당원들 손으로 의장을 뽑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줄줄이 강경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의장의 중립성을 포기하는 행태다. 이럴 거면 의장이 당적을 갖지 않도록 한 국회법부터 바꾸라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당원 손으로 뽑자’는 주제로 당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민석 의원은 “앞으로 5년 동안 국민과 당원의 편에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의장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중요한 선택”이라고 했다. 일부 여성 당원은 “국회의장이 검찰정상화법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당원이 원하는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중 국회의장 출마 후보는 5선인 김진표·이상민·조정식, 4선 우상호 의원이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윤석열정부의 독주를 막고 성과를 주도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야당인 민주당은 전쟁 시기에 맞는 결기와 전략, 단일대오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회견 내내 당파성을 강조했다.

온건파로 평가받는 김진표 의원도 출마 회견에서 “윤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되찾고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강경파인 조정식·우상호 의원이 의장이 돼야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진표 의원도 강경파 표심 얻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의장 후보를 선출한다.

2002년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은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에 치우치지 않는 국회 운영을 위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당론으로 추진한 정치개혁의 성과이기도 하다.

지난날 국회의장에 출마한 의원들은 출사표에서 ‘여야 협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자신이 속한 정당은 물론, 반대 정당까지 아우르며 국가를 대표하는 게 국회의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2018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4당 체제, 협치와 통합의 국회”를 언급했고,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권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의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의 출사표에선 그런 구절을 찾아볼 수 없다. 검수완박을 요구하며 24차례 당사 앞 집회를 개최했던 강성 당원 모임 ‘밭갈이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노(No)수박’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혁적이고 민주당 정체성이 분명한 국회의장을 선출해야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학현 밭갈이운동본부 대표는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국회의장 후보를 당원이 뽑는 식으로 선출 방식을 바꾸라는 문자를 보내고, 국회의장 후보에게도 찬반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을 무소속으로 하는 이유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가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의장 경선을 마치 계파 싸움하듯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장 경선은 국회를 어떻게 잘 이끌지를 두고 비전을 경쟁하는 것이 상례였다. 민주당은 그런 고귀한 국회 전통을 바꾸려 한다. ‘전위대 뽑기’ 오디션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민주당 눈에 대한민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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