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56> 우탄과 졸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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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23 09:30:08

미미가 눈을 떴을 때 울고 있는 래빗을 보았다. “래빗, 염려하지 말아. 나 깨어났어. 그리고 누구랑 같이 왔어.” “안녕? 래빗! 난 미미의 친구인 아몬드 숲의 요정 알프야.” 래빗은 눈을 들어 알프를 바라보았다. 요정 이야기를 아빠한테 들었지만 이렇게 예쁜 요정이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너의 이야기를 미미한테 들었어. 미미가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은 나랑 함께 돌아오는 과정일 뿐이야. 그러니까 마음 놓아요, 래빗!” 알프가 래빗을 위로했다. “요정님, 이렇게 요정님을 만나서 좋아요!” “너의 노래에 실려서 여기 올 수 있었어, 래빗. 우리가 무엇을 도울지 함께 생각해 봐요.”

“우리 조상이 대대로 살아가던 이 숲이 모두 베어져서 사라지게 되었어요. 숲이 사라지면 나무에 사는 새들과 곤충들이 깃들 곳이 없어지고 나무의 친구인 동물들도 살아갈 수 없게 된답니다. 저의 친척들과 친구들이 마구 죽어가고 있어요. 요정님! 우리를 살려 주세요!” 래빗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집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래층에서 삐걱하는 큰 소리가 들리고 쿵쾅쿵쾅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확 열어 젖히고 레드가 들어왔다. “큰일났어요, 래빗! 우탄과 졸개들이 집을 에워쌌어요. 지금 대문을 부수고 있어요. 빨리 피해야 해요!” 너무도 급한 레드의 눈에는 미미와 알프가 보이지 않았다. “자, 어서 피합시다!” 레드는 래빗을 안아 올렸다.

“레드, 여기 미미와 미미의 친구인 알프 요정님이야. 우리를 도우러 오셨어.” 래빗이 다급하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요정님! 자, 어서 이리로 오세요. 우리는 숨어야 합니다.” “나는 괜찮아요. 여기 미미만 피신시켜 주세요.” 레드는 래빗과 미미를 양 팔에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지하 은신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레드는 미미와 래빗을 그곳에 숨겼다. 그 사이 대문을 부수는 소리는 더욱 거세어지고 쾅,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우탄과 졸개들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레드, 어디 있냐? 덩치만 큰 쫄보야! 숨지 말고 어서 래빗을 내놔!” 우탄이 나타났다.

우탄의 키는 레드만 하고 희고 뽀얀 피부를 가졌다. 미남형의 우탄은 길고 우아한 금발에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우탄, 너 정말 계속 이럴 작정이야? 숲을 지키는 너의 사명을 끝내 저버릴 거야? 래빗 아가씨는 여기 없어. 내가 다른 곳으로 보냈어.”

우탄을 따라서 열 명 남짓한 졸개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들도 우탄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는데, 단지 머리칼이 좀 짧을 뿐이었다. “레드,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아? 얘들아! 집안을 샅샅이 뒤져!” 우탄의 명령에 졸개들은 아래층과 이층으로 흩어져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졸개가 미미와 래빗의 은신처인 마룻바닥을 킁킁대기 시작했다. “두목님, 여기가 좀 이상한데요, 밑에서 무슨 냄새가 나요. 동물 냄새 같아요.” 유난히 후각이 발달한 졸개인 코코였다. 민감한 코로 미미의 냄새를 맡은 듯 했다. “그래? 그 바닥을 뚫어 봐!” 우탄이 명령했다.

안에 있던 미미와 래빗은 구석에 숨었다. 둘은 숨을 죽이고 꼭 끌어안은 채 떨고 있었다. 졸개 몇이 바닥을 뚫었다. “너희들, 지금 무슨 짓이야? 감히 내 집을 부수다니!” 레드가 저항했지만 졸개들의 수가 많아서 어찌할 수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이 뚫리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