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후 금융분쟁 민원, 분조위 회부 고작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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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의원 “금감원, 사전 합의 종용해 대부분 분쟁 민원 처리”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22 12:16:35

▲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일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제기된 금융분쟁 민원은 총 3만2625건(분쟁금액 약 2600억원)으로 이 중 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된 건수는 단 25건(0.07%)에 불과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금융당국의 무관심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거대 금융기관과의 분쟁에 있어서 금융소비자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소법 시행일(2021년 3월 25일)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제기된 금융분쟁 민원은 총 3만2625건(분쟁금액 약 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금감원 분쟁조정기구인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로 회부된 건수는 단 25건(0.07%)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제기된 민원은 보험 분야였다. 총 2만7461건(84.2%)이 신청돼 금융분쟁 민원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 중에서도 특히 ‘보험금 및 제지급금 산정·지연’ 유형이 1만7575건(64.0%)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분조위에 회부된 금융분쟁 25건 중 신청인·피신청인 모두 조정안을 수락해 성립된 경우(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는 17건에 그쳤다. 사실상 분조위의 금융분쟁 조정기구로서의 역할은 유명무실했다.

▲ 분기별 금융분쟁 민원 접수 및 분쟁금액. [자료=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처럼 현재 분조위가 금융분쟁 조정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조위가 금감원 산하에 설치돼 사실상 금감원의 의중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당사자 간 사전 합의 시 분조위에 회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감원은 금융분쟁 민원의 대부분을 당사자 간 사전 합의 종용을 통해 처리한다.

인적·물적 여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거대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간 1대1 합의 종용은 또 다른 불공정을 야기해 근본적인 금융분쟁 조정이 요원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금융분쟁 조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독립 기관에서 금융분쟁 조정 업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이정문 의원은 3월 금융분쟁 관련 조정 및 중재 업무를 담당하는 독립 기관인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고 기존 금감원 소속의 분조위를 금융분쟁조정중재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금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재처럼 금감원이 금융분쟁 조정업무를 계속할 경우 근본적인 금융분쟁 해소 및 실효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새로운 정부에서도 분조위의 독립성 제고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전문성을 갖춘 독립 기관인 금융분쟁조정중재원 설립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조만간 이뤄질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겠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