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00兆 시대에 맞은 가상화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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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 테라 폭락은 ‘코인 폭탄 돌리기’ 참사
가격 크게 떨어져도 거래소는 이익 챙겨 모순
투자자 보호장치 없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24 00:02:01

가격 폭락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루나 등 가상화폐에 대해 거래소들이 사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루나 사태가 터진 후 일주일간 1, 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엄청난 거래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들은 그러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는 일은 소홀히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루나·테라 가상화폐 사태는 실제 가치를 알기 힘든 코인을 또 다른 코인으로 보증하는 폭탄돌리기가 빚은 참사다. 피해자는 국내에만 28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보유한 코인 수만 700억 개에 이른다. 인터넷에는 수백만∼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MZ세대의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코인·주식·부동산의 3대 자산 거품이 꺼지는 징후가 나타나는 가운데 14만원까지 올랐던 가상 화폐 루나는 1원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비상점검에 나서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운영 실태가 엉망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루나와 테라에 대한 상장평가 보고서(2019년)에서 ‘알고리즘’에 대한 분석은 단 한 줄도 없었다. A거래소 보고서에는 “(테라는)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은 프로젝트”라면서 100점 만점에 60점을 줬다. 60점은 이 거래소 상장 최소 합격점이다. B거래소 보고서에는 테라·루나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이달 초 한 투자자가 8500만달러어치 테라를 대량 매도하면서 가격이 0.98달러로 내려갔다. 알고리즘대로라면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테라를 샀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려 탈출하듯 팔기 시작했고 루나 가격은 대폭락했다. 거래소들은 루나·테라 상장 3년 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최근 “알고리즘이 적정하게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지난해 11월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산하 금융시장 실무그룹은 보고서에서 “코인의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개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과 달리 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사는 지난해 2월 보유 중이던 루나를 매도해 13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일부 거래소는 이번 사태 이후에도 입출금을 바로 중단하지 않아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도 했다. 가상화폐 대란에 개인은 땅을 치지만 발행사·거래소·기관투자가는 웃고 있다.

현재 검찰은 가상화폐 루나·테라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 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루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당한 권 씨 사건을 최근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 배당했다. 한동훈 법무장관 취임 직후 부활한 합수단의 ‘1호 사건’이 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이 선방했던 것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높았고 가계부채도 미국 등에 비해 양호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랏빚이 5년 새 400조원 이상 늘어나 1000조원을 돌파하고 가계 부채는 1900조원에 육박한다. 5년 동안 나라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상은 ‘2030 빚투세대’와 코로나19 거리두기에 빚을 내 버텼던 소상공인들에게 특히 심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한 억울한 피해자가 적지 않지만 이들이 당장 구제받기는 어렵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율의 이자 지급을 약속한 행위의 불법성을 가려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더불어 채무자 충격을 완화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23일 시작된 당정 긴급간담회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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