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상생 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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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일회용컵 보증금제

김기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25 00:02:30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내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전국 주요 프렌차이즈 커피 판매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제품 가격에 일회용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일단 올해 12월1일까지 실질적 시행은 유예된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경우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제를 적용받는 모든 매장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며, 길거리에 방치된 일회용컵을 주워 매장에 돌려주는 경우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적용되는 매장으로는 △이디야·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판매점 △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점 △롯데리아·맘스터치·맥도날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배스킨라빈스·설빙 등 아이스크림·빙수 판매점 △공차·스무디킹·쥬씨 등 기타 음료 판매점 등 전국 매장 수 100개 이상을 보유한 사업자가 운영하는 모든 매장이 해당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라벨비, 처리지원금, 신용카드 수수료 등 보증금 반환에 필요한 직·간접적 비용을 가맹점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컵 반환 시 세척, 업무 과중 등으로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경우 인건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이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18일 자체위원회를 통해 “보증금 제품을 판매하려는 수량 등의 정보와 보증금 등은 가맹본부 및 사업자의 본사가 제출 또는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1회용컵 자원순환보증금 및 처리지원금 지급관리 등의 방법안’을 의결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이 같은 방향으로 이행체계가 개선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20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정책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일회용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종의 불편함을 가하겠다는 것이 정책적 취지라면 해당 비용을 가맹점주도, 가맹본부도 아닌 소비자들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가맹본부에게로 해당 비용이 떠넘겨진다면 ‘을’의 입장인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모종의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가맹점주가 이를 부담한다면 정부 정책으로 다시 한 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환경 비용을 일방적으로 가맹점주에게 부담토록 했으며, 현장 당사자인 가맹점주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위반 시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는 등의 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입장인 셈이다.

가맹점주들은 대부분이 소상공인 혹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매출감소, 폐점 등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가파르게 상승하는 소비자 물가 및 원자재 가격에 이어 환경 정책의 피해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얘기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프렌차이즈 매장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개인카페·음식점 등은 제외된다는 점도 형평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적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일회용컵의 사용을 줄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찾기는 힘들 듯 싶다. 하지만 가맹점주 및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고물가 등 험난한 고비를 잘 넘겨왔다. 정부가 이를 감안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공장소나 대형 매장 등에 무인 회수기를 배치하는 등 인프라의 질적 향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디 현명한 선택으로 정부·가맹점·가맹본부·소비자 등 각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만족하고, 상생할 수 있는 환경정책으로 자원 순환을 선도하고, 범지구적 친환경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김기찬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