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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50여개 회원국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을 유럽 5대 프로 축구 리그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축구시장은 뭐니뭐니해도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의 EPL이 첫 손가락에 손꼽힌다.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8부 리그에 무려 228개팀이나 된다. 그 중 최상위 리그가 EPL이다.
亞선수로 유럽 5대 리그 첫 득점왕
EPL의 인기 클럽으로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토트넘 훗스퍼에서 활약중인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마침내 큰일을 해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끝난 2021~22 EPL 노리치 시티와의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두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시즌 통산 23골이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5대 리그의 득점왕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23골로 공동 득점왕을 수상한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리버풀)는 5개의 페널티킥을, 18골로 3위를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개의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만약 손흥민이 팀의 페널티 킥까지 전담했다면 단독 득점왕도 충분히 해낼 수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손흥민은 80개의 슈팅을 날려 23골을 기록해 슈팅 수 대비 득점 순도 또한 득점 상위권 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 4번의 슈팅중 최소 한번은 골망을 흔들었다는 계산이다. 득점 4위에 오른 같은 팀의 해리 케인(잉글랜드)은 133개의 슈팅을 날려 17골을, 호날두는 110개의 슛을 기록해 18골, 살라는 무려 139개의 슈팅을 날려 23번 골망을 흔들었을 뿐이다.
올 시즌 손흥민의 기록이 실로 대단한 것은 오른발과 왼발을 고르게 쓰면서 많은 득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양발잡이라고 해도 득점을 해결하는 주된 발이 있게 마련이지만 손흥민은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았다.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각각 넣었다.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을 마크할 때 잘 쓰는 발로 슈팅하기가 어렵도록 진행 방향을 유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발의 능력 차이가 거의 없는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에게는 수비수들의 그런 견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스피드를 갖춰 수비수들이 마크하기가 어려워하는 공격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7시즌만에 EPL 득점왕 꿈 이뤄
2015년 8월 2150만파운드(한화 약 340억원)의 엄청난 이적료로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전격 이적한 손흥민은 EPL에서 특급 공격수로 맹위를 떨쳐왔기에 언젠가는 EPL 득점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돼왔다. 축구 종주국 EPL에서 반드시 득점왕에 오르겠다는 그의 꿈과 희망은 7시즌만에 마침내 이뤄졌다.
1992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손흥민은 당시 FC 서울의 18세이하(U-18) 팀이었던 서울 동북고 축구부에서 선수 활동하던 중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 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독일로 선진 축구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이것은 큰 행운이었으며, 손흥민의 축구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선수로 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후 2009년 10월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리며 두각을 보여 함부르크SV 유소년 팀에 입단한 뒤 유럽 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다. 2012~13시즌까지 3년간 함부르크에서 뛰며 78경기 20골의 기록을 남기며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레버쿠젠은 2013년 6월 손흥민을 5년 계약으로 영입했지만 두 시즌만에 토트넘에게 넘겼다. 레버쿠젠에서 87경기에 나서 29골을 터뜨린 손흥민을 탐낸 토트넘이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했던 덕분에 재정이 나빠진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이적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트넘에서도 그의 골퍼레이드는 멈출 줄 몰랐다. 손흥민은 EPL데뷔 첫해에는 득점랭킹 2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2016~17시즌 득점랭킹 13위(14골), 2017~18시즌 10위(12골), 2020~21시즌 4위(17골)에 오르는 등 매 시즌 눈부신 활약을 보이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에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빅리그 정규리그(1부) 통산 100득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토트넘이 명문 인기구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1992년 출범한 EPL체제에서 단 한번도 리그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팀 창단한지 140년 된 토트넘 구단은 EPL 우승을 위해 그동안 사령탑을 숱하게 경질·영입했지만 손흥민은 주전 공격수 자리를 놓친 적이 한번도 없는 꾸준함을 보였다.
아버지는 삼류선수…아들은 세계적 선수로
EPL에 데뷔하자마자 선풍적인 활약을 펼친 덕에 ‘손세이셔널’이라는 별명이 붙은 손흥민의 득점왕 기록은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 씨의 헌신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다. 손 씨는 스스로를 ‘삼류 선수’라고 칭한다. 손 씨는 울산 현대, 성남 일화(현 성남 FC) 등 K리그 37경기에서 7득점을 기록, 벤치워머로 지내다가 28살의 젊은 나이에 부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불우했던 자신과는 달리 아들 만큼은 축구선수로서 확실하고 제대로 키웠다. 실력과 인성, 모두 ‘월드 클래스’급인 손흥민의 오늘은 아버지의 힘 덕분이었다.
손흥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공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어린 손흥민에게도 고된 시간이었지만 막노동,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등 생계와 아들의 훈련을 책임진 손 씨에게도 쉬운 시간은 아니었다. 막노동을 나가는 날이면 새벽 3시에 일어나 훈련을 준비해야 했던 손 씨였다. 손 씨가 강조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 두가지였다.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본기이며, 공을 잘 차기 이전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손 씨의 지론이었다.
6월 2일 브라질과 평가전 출전 예정
유럽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선 손흥민은 당장 국가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11월에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해 다음달 2일 서울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18살의 나이에 국가대표에 첫 발탁된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5년 아시안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빠짐없이 대표팀의 공격을 책임졌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질 수는 없지만 국민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두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터뜨린 손흥민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올해는 국가대표 무대에서 보다 나은 성적이 중요한 상황이다. 대표팀에서 뿐 아니라 다음 시즌에도 소속팀에서 더욱 큰 활약과 비상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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