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도입하면 역으로 中企 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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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

연동제 도입 시 국내 中企 제품 수요 1.45% ↓·해외 1.21% ↑
국내 산업 생태계 악화… “가격 올라 소비자들도 피해 입어”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02 14:20:36

최근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되면 보호하려는 중소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그 부작용은 근로자와 소비자에게로 전가돼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며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앞서 2008년 도입이 검토됐으나 시장원리를 훼손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와 납품단가에 대한 조정 협의만 의무화되고 연동제까지는 도입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 바 있다.

한경연이 5개 원자재 산업과 12개 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 일자리, 소비·투자·수출입 등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해외 중소기업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한다고 추정됐다.

이처럼 납품단가 연동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모두 4만7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0.2%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취업자가 대기업에서 1만9000여명 감소하고 중소기업에서는 1만7000여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역시 2만8000여명 증가해 실업률이 0.2%p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납품단가 연동제로 대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중간재화로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생산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물품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게 되면 국내 산업생태계가 오히려 취약해지고, 정부가 개입하면 보호하려는 대상이 거꾸로 피해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또한 일자리 감소와 실질임금 감소를 가져와 근로자들도 피해를 볼 우려도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납품단가 연동제로 단가가 상승하면 대기업의 손실을 재화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이 이어질 수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연동제가 시행될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지수가 14% 증가하는 반면, 소비와 투자는 각각 0.14%와 0.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내외 교역 환경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교역조건이 15%나 악화되면 수출이 0.97% 감소하는 반면 수입은 0.46% 감소에 그쳐 무역수지가 10%나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은 0.29% 하락하는 결과가 나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경엽 한경연 연구실장은 “상품의 회전 주기가 빨라지고, 새로운 혁신 기술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은 대·중소기업을 가리고 않고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중·소 상생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경쟁이 아닌 정부의 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만을 기대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의 퇴출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선도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