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입은 명품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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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입은 명품 와인

佛 ‘샤토 무통 로칠드’에 예술혼 담긴 라벨 역사
1945년부터 명작 접목시킨 독보적인 문화 눈길

김경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08 15:30:42

▲ 명화가 그려진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컬렉션. [사진 제공=스타보틀]

와인을 사면 유명한 화가가 그린 작품도 소장할 수 있다.

와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바롱 필립 드 로칠드와 그의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라벨을 그린 예술사가 와인 애호가들의 눈길을 끈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세계적인 명성의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와인이다. 풍미가 진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으며 향이 풍부한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품종으로 만든다. 메독 프르미에 크뤼 4종 가운데 하나인 이 와인은 1973년부터 매해 다른 유명 아티스트가 라벨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계적 와인 애호가들이 최고로 꼽는 와인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샤토 무통 로칠드’에는 한편의 드라마가 있다.

와인 생산자인 필립 남작은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그림이 망라된 명화를 와인에 그려 넣어 라벨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와인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필립 남작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라벨은 새로운 중요성과 기능을 갖게 됐다. 라벨은 곧 얼굴이며 출처 증명, 품질 보장, 포도원의 서명을 뜻하게 된 것이다.

출발은 사실 순탄하지 않았다. 1924년 빈티지가 출시되는 1926년에 필립은 유명한 그래피스트인 장 카를뤼에게 의뢰하여 자기만의 라벨을 디자인했다.

‘모든 수확을 샤토에서 병입했다’는 문구와 함께 무통을 상징하는 양머리와 로칠드의 5형제를 상징하는 5개의 화살을 넣은 라벨은 당시 너무나 혁신적이이서 보르도에서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필립은 꿈을 잠시 접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필립 남작의 라벨에 대한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그는 종전 후 보르도에 돌아와서 야심차게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20세기 최고의 빈티지라고 일컬어지는 1945년부터 필립 남작은 매년 다른 예술가들의 그림으로 라벨을 제작했다.

필립 남작은 자서전에서 라벨이 와인을 만들 때 얼마나 중요한가를 논하며 라벨 디자인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라벨을 매년 바꾸는 거야. 와인은 매해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알맞은 예술가들을 선정하고 그들에게 디자인을 맡길 거야. 그리고 라벨 디자인에 대한 대가로 와인을 드려야지. 예술을 위한 와인, 와인을 위한 예술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화가들은 작품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대신 자신이 그린 라벨의 빈티지를 포함한 다른 한 해의 샤토 무통 로칠드를 받았는데 이제까지 이러한 ‘명예로운 거래’를 거부한 화가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