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한국 콘텐츠가 자주 세계를 놀라게 해 이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난달 말에는 유럽 3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최근 콘텐츠의 본고장인 미국의 아카데미(오스카)상이나 골든글로브 등에서도 한국 영화가 감독상 혹은 남·여우 조연상을 받는 등 K-콘텐츠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새로운 콘텐츠에 목이 마른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계에 한국 영화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K-팝의 대명사 격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영향력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미국 백악관에 초대되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가질 정도다. K-스포츠의 파급력도 이에 못지않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공동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을 위시하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서도 한국 혹은 한국계 선수들의 우승 낭보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국력보다 더 큰 기량과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국위 선양의 일등 공신들이다.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이만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준 일이 유사 이래 또 있었을까 싶다.
흔히들 국력을 가늠하는 3대 잣대로 경제력·군사력·소프트파워를 꼽는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하드파워라면 소프트파워는 정보 과학이나 문화·예술 따위를 앞세워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거나 저지하는 힘을 말한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 수준이고, 미국의 전 세계 군사력 평가 기업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하고 있는 군사력 순위는 세계 6위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보다 우리의 객관적인 군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 눈을 의심케 한다.
세계 국가별 소프트파워 순위에서 한국 꾸준히 상승
한편 글로벌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매년 공개하고 있는 국가별 소프트파워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여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는 당연히 미국이고,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이 선두권을 형성한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고, 이들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는 그 자체가 대견스럽고 위안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세 개의 파워를 동시에 석권하는 나라가 패권 국가가 되는데 현재는 미국이고, 중국이 집요하게 이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한류(韓流·K-Wave)는 한국 대중문화의 유행으로 정의된다. 1980년대 말부터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열풍이 지구촌 전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콘텐츠에서 시작되어 음식, 전통이나 순수 예술, 한국어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한류의 원조 격인 아시아권에서는 정치적 갈등 요인으로 열기가 들쑥날쑥하지만 문화적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큰 다른 대륙으로 지속해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웃 중국과 일본의 한류에 대한 반응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의 정치적 관계가 소원지면서 중국인들의 한류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국력이 커지면서 노골적으로 한국을 무시하거나 한류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MZ세대가 자국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애국주의에 열광하면서 중국 것이 세계 최고라는 편협함이 극성을 부린다.
반면 갈수록 경제가 후퇴하고 있는 일본에선 한류가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인다. 양국 정치는 여전히 냉랭하지만 일본 MZ세대의 한국에 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한류는 경제력과 군사력에 이어 우리 소프트파워의 신장을 견인하고 지탱해 주는 귀중한 원천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한류가 가진 폭발적 잠재력을 소프트파워와 효과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어 이를 전방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미흡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과 같은 나라는 한류를 전술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마침내 한류를 대신하는 중류(中流)의 역습이 세계는 물론이고 우리 안방까지 치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 맞서려면 가장 취약한 문화적 영향력, 즉 소프트파워를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면 중국몽(夢)도 일장춘몽에 그칠 수 있다는 강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류’의 폭발적 잠재력 경제적 효과로 연결할 치밀한 전략 세울 때
이와 비교하면 우리는 너무 안일하고 무사태평하다. 한류의 잠재력을 더 키우고 이를 집대성하려는 노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류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국가가 진두지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안타까운 것은 한류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밀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류와 관련한 글로벌 브랜드나 플랫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작은 성과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기회로 K-음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장면이 목격되곤 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부족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갈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일본 SPA(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나 ‘무인양행(MUJI)’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 전문 업체인 ‘다이소’ 매장에는 손님이 항상 들끓는다. 일본이 잘 나가던 1990년도 초까지 일본에서도 한류와 유사한 일본 문화 열풍이 일시적으로 세계를 강타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흔적만 있을 뿐이다.
한류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한국이 이런 글로벌 브랜드를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문화적 강점을 경제적 성취로 연결하는 기획력이나 실행력이 경쟁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달하거나 초조해 하면 일을 더 그르치기에 십상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한류의 저변이 해외에서만이 아닌 국내에서도 달아오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다. 문화나 전통, 고유의 콘텐츠를 세계화하는 지혜와 이를 경제적 수단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의 모색이다.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한 인식과 더불어 이를 재창조해 내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중국의 전통 술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지방마다 고유의 술이 있을 정도다. 일본도 부러울 정도로 지역별로 고유 브랜드의 술이 즐비하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 술은 너무 단출하고 특색이 별로 없다. 구태여 항변하자면 일제 35년 식민 통치 등으로 단절의 역사가 길었다는 게 핑계가 될까. 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서도 양조장 창업 열풍이 일어나면서 개성 있는 술이 등장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류는 소수 창조자의 전유물이 아닌, 다수가 공감하는 소프트파워 축적의 길로 확산되어야 한다. 벌써 동남아 혹은 일본 등 주변국 관광객이 본격 방한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내에서도 한류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울만이 아닌 지방으로 연결하는 다변화가 시급하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