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페스티벌이 최근 거리두기 완화로 유명한 축제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중 마니아층이 두텁다고 소문난 라이브 전자댄스음악(EDM·Electronic Dance Music) 뮤직 페스티벌인 ‘디에어하우스도(The Air House)’도 3년 만에 관객에게 돌아왔다.
10일부터 2박3일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다른 축제와 다른 신선함이 있다. 대자연 속에서 친환경적으로 음악을 즐기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한다. 캠핑을 하며 사흘 내내 음악과 함께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티켓 오픈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행사 관계자는 “5월4일 공개된 티켓 오픈에서는 1분 만에 입장권 1000여장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며 “이번 축제는 3개 무대로 꾸며진다. 특히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상순·김C·코난 등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하며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갈증이 났던 기자도 오랜만에 축제들이 기다려졌다. 특히 평소 디제잉에 관심이 많아 이번 ‘디에어하우스도(The Air House)’ 페스티벌은 설렘을 안고 찾았다. 해질 무렵 강원도 춘천 산길 도로 위를 달렸다.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운전을 하던 중 점점 크게 들려오는 웅장한 전자음악 소리를 듣고 행사장 인근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은 행사 주차장을 들어섰을 때 살짝 가라앉았다. 소나기가 지나간 터라 진흙범벅이 돼 여러 차량들이 진창 속에서 바퀴만 세차게 헛도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었다. 기자도 순간 당황했으나 다행히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친절한 여러 관객이 도와줘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받은 ‘프레스’가 적힌 ID카드를 목에 걸고 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전자음악 소리에 따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DJ JUNCHEOL이 무대에 올라 디제잉을 하며 화려한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띠기띠기띠띠띠’ 무한 반복되는 전자음에 맞춰 사람들은 각자만의 스타일로 몸을 흔들고 때론 소리도 지르며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전자댄스음악이란 뜻을 가진 EDM은 특정한 장르를 지칭한다기보다는 1990년대 들어와 클럽·페스티벌·파티에서 사용되는 전자음악을 통칭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록 페스티벌’의 인기가 감소하기 시작한 2010년대에 접어들어 EDM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자 흥행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슈퍼스타 DJ들이 새 시대를 열어갈 ‘대안’으로 떠오르고 수십만 명의 관객이 공연장에 집결하면서 이제 EDM은 확연한 대세가 된 모양새다.
마니아층이 두텁다고 소문난 ‘디에어하우스’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에게선 평범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레게머리를 하고 타투로 몸을 치장하거나 양쪽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얼굴에 하얗고 반짝이는 페인팅을 하는 등 이색적인 축제인 만큼 관객 역시 저마다 개성이 돋보이는 외양이었다.
오히려 단정한 셔츠를 입고 음악에 맞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이 기자의 눈에는 특별하게 눈에 띄었다. 금융권에 종사한다는 방진환(38) 씨는 이번이 두 번째로 찾은 무대라고 한다. 방 씨는 “2019년 때 열린 페스티벌이 인상적이어서 다시 찾았는데 역시나 만족하고 있다. 친구와 함께 1박2일 캠핑 코스로 놀러왔으며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를 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구석에 줄지어 자리한 푸드 트럭들을 훑어봤다. 쌀국수·팟타이 등 아시안 음식부터 토마토스튜·필라프·햄버거·닭 꼬치·타코야키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눈과 코와 입을 즐겁게 했다.
‘디에어하우스’는 축제 콘셉트에 맞게 친환경적인 음식문화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 사용 가능한 다회용 컵과 그릇을 제공하고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손님이 직접 버릴 수 있도록 공간을 따로 마련해놨다.
구매한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불향이 나는 커다란 닭꼬치와 부드러운 소고기로 만든 클래식 버거는 일반 프랜차이즈 식당보다 질적으로 앞섰고 가격 역시 착했다. 닭 꼬치는 4000원, 햄버거는 6000원으로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해봤을 때 월등하게 저렴한 값이다.
옆에서 쌀국수를 먹고 있던 짧은 노랑머리를 한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남다른 외모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녀는 현재 미국에서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60대 초반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최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MZ세대 친구와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그녀는 “3년 전 디에어하우스를 처음 알게 됐는데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다시 찾았다. 평소 클럽 음악을 좋아해 미국에서도 자주 간다”며 “음악도 좋지만 제공하는 요리 역시 훌륭하다. 질과 양, 가격 모두 대만족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강원도 산골이라 날씨가 쌀쌀했지만, 밤새 무대는 뜨거웠다. 중독되는 전자음과 화려한 네온사인,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에 젖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관객에게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자유와 해방감이 폭발하듯 전해지는 현장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7
감동이에요5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