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환자 국내 첫 발생… 조기에 진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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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대응 중요성 감안 방역 의료체계 점검
전염성 낮지만 3~6% 치명률 코로나19 열배
시민은 철저한 개인위생 당국은 선제적 대응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4 00:52:02

‘원숭이두창(monkey pox)’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향해가는 가운데 천연두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원숭이두창이 ‘넥스트 팬데믹’ 후보로 등장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독일에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확진자로 22일 판정했다고 설명하고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각별한 방역 강화가 요청된다.

세계적으로 52국에서 3000여명 나온 데 비하면 아직은 극소수다. 그러나 이 같은 양상은 최근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아시아 국가 중 중동 3국을 제외한 싱가포르와 한국의 사례가 이틀 새 잇따랐다. 두 경우 모두 유럽발 항공편을 매개로 확진자 유입이 이뤄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논의한 게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PHEIC는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선포 확정 시 원숭이두창은 6번째로 PHEIC가 선언되는 감염병이 된다.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PHEIC는 특정 질병이 이례적으로 확산돼 국제적인 공중보건을 위협하며 국가 간 공조를 필요로 할 때 선언될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전염성과 중증도가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비말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 같은 유행은 생각하기 어렵다. 문제는 3~6% 수준의 치명률이다.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에 비하면 10배 이상으로 높다. 신생아·어린이·면역저하자 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을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한다. 방역 당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보고되는 임상적 양상이 전통적인 원숭이두창 증상과 차이가 있다는 취지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국 내 원숭이두창 유행의 특성을 보고했다. CDC는 전통적인 원숭이두창 환자에선 머리나 구강 부근에서 발진이 시작해 전신으로 확산되는 반면 최근 보고된 환자의 상당수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진이 성기·항문 등 점막 조직에 국소적으로 나타나고 얼굴이나 팔다리에선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복기 또는 무증상 감염기에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발열·두통·몸살도 아예 없거나 발진 이후에 관측됐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양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유전적 변이의 산물이라면 방역은 까다로워진다.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성애·양성애 남성들의 성적 접촉이 주된 감염경로로 지목돼 자발적인 검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등 경험에 비춰 초기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숭이두창 확산을 조기 진압해야겠다.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방역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공항과 항만에서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에서 들어오는 여행자의 의심 증상 확인 등 검역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국가적 재난 상황을 초기에 막을 수 있다.

보건소와 공공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도 절실하다. 경증 환자까지 대형병원으로 몰려 중증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경증 환자는 보건소와 공공병원이,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 치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당국은 방역 자원을 총동원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방역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