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그들은 ‘가면’ 뒤에서 자유롭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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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영웅의 페르소나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4 00:52:40

방탄소년단이 또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4일 공식 유튜브 방탄티비(BANGTANTV) 채널에서 공개된 ‘찐방탄회식’ 영상에서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활동을 전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룹 활동만을 잠정 중단하되 각 멤버의 개인 활동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7명 멤버가 합체해야 비로소 BTS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터이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선언임에 틀림없다.

‘아미’라고 불리는 국내외 팬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외신들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들이 세계 정상의 인기 가수임을 확인시켰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정상에서 인기 절정을 누리는 그룹이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일은 그래서 하나의 사건이자 충격이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았다.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과 개별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된다”면서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히트는 이어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레이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길게 보고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소속사의 해명이 팬들의 서운함을 달래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틀에 박힌 뻔한 설명이어서 팬들이나 세계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 귀 기울여 들었던 음악이 있다. 바로 RM(김남준)의 ‘페르소나’가 문득 궁금했던 것이다.

BTS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 ‘페르소나’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아마도 문학전공자의 귀에 익숙한 단어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몇 년 전 영국 BBC 기사에서 BTS의 새 앨범을 말하면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을 언급한 것을 봤던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말한다. 관중에게 배우의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가면에 표정을 그려 인물의 감정을 나타냈다. 이 단어는 후에 정신분석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쓰였다.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 칼 융의 이론에서 페르소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질서·의무 등을 따르기 위해 개인의 본성을 감추는 것을 의미했다.

2019년 4월 12일 BTS의 여섯 번째 앨범 ‘맵 어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가 발매됐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타이틀 곡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앨범의 첫 곡은 RM의 ‘Intro: Perosona’다. 이 곡의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Yo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 나는 내가 개인지 돼진지 뭔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 남들이 와서 진주목걸일 거네... / 내가 아는 나의 흠 어쩜 그게 사실 내 전부 / 세상은 사실 아무 관심 없어, 나의 서툼... / 그때마다 날 또 일으켜 세운 것 / 최초의 질문 / 내 이름 석 자 / 그 가장 앞에 와야 할 but... ”

이 앨범이 발표됐을 때 제목 ‘Map of the Soul: Persona’를 보고 깜짝 놀란 사람이 있었다. 대학에서 칼 융의 이론을 가르쳤던 머리 스타인 박사다. 그가 융의 이론을 정리해서 묶은 책 제목이 바로 BTS가 앨범 제목에 썼던 그 제목이다.

스타인 박사는 당시 BBC와 인터뷰에서 ‘페르소나’는 “인간은 공공장소에 나가면 일종의 가면을 쓰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TS의 음악들이 융의 페르소나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스타인 박사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페르소나’ 가사를 보면 ‘진정한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결코 내가 아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그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정상, K-pop의 상징과 대한민국의 영웅, 이런 타이틀과 어딜 가나 쏟아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에서 이 청년들은 과연 자신의 본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나 무거운 왕관이 이들의 머리에 쓰여있었다. 이제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페르소나의 가면을 벗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