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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한 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고 쓰여 있는 원훈석이 양지로 나왔다. 원훈석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립 때 김종필 초대 부장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을 격려하며 사용한 ‘익명의 열정’이란 표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구호다. ‘우리 정보가 국가에 이바지하면 그것이 바로 양지를 사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국정원 이름과 원훈석은 수모가 많았다. 전두환정부 때인 1980년 12월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을 변경했고,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1998년에는 지금의 국가정보원으로 바뀌고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는 밋밋한 구호로 교체됐다. 이어 이명박정부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박근혜정부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문재인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꿨다.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꾸준히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정보 요원들은 정권에 따라 춤을 추는 명칭과 원훈 변경에 어리둥절했다. 더욱이 문 정부는 국정원이 잡아들인 간첩 혐의로 20년간 복역한 신영복의 글씨체로 원훈석을 새기는 황당한 일까지 자행했다. 국정원을 희화화하기 위한 것이거나 반역적 발상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누가 기획했고 누가 실행했는지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좌파 정권의 국정원에 대한 모욕과 폄훼가 극에 달한 건 김대중 정권이 국정원 직원의 11.2%에 해당하는 베테랑 대공요원 700여명을 해고한 일과, 문 정부가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종북·좌파 성향을 가진 민간인에게 국정원 메인 서버를 열람케 한 사실이다. 기밀과 보안이 생명인 정보기관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종북 성향이 농후한 박지원 전 의원한테 국정원장직을 맡긴 것도 믿기지 않는 결정이다.
김규현 신임 국정원장은 부임하자마자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문 정부 때 이뤄진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 적폐청산TF를 통해 고강도로 이뤄진 인적 청산 과정에서 위법·불법성을 내부 감찰하기로 했다. 차제에 북한과 내통하는 요원도 소탕하기 바란다. 5·18 북한군 침투 관련 등 탈북인의 원천 진술을 가로막는 요원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으면서 반역을 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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