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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1회> 꿈의 정체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28 08:33:57

선우야? 왜 그래? 선우야!”
 
상훈의 소리에 눈보다 먼저 귀가 뜨였다. 이어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상훈의 목소리를 덮었다. 선우야, 눈 떠 봐. 안내 멘트 중간중간 상훈의 낮은 목소리가 선우를 흔들었다. 선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의 기내 풍경은 열네 시간 전 비행기에 올랐던 그대로였다. 다른 게 있다면 뒤로 젖혀진 고객의 의자를 바로 세우고 받침대를 접으며 승무원들이 착륙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는 정도였다.
 
조금 전까지 분명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선우는 난간에 매달린 자동차 운전대를 겨우 붙들고 피 흘리며 앉아 있었다. 몸이 바스라지는 것 같던 그 고통이 너무 생생했다. 선우는 손으로 한쪽 볼을 천천히 쓱 훑어본다. 끈적한 핏물이 묻어나올 것만 같아 펴진 손바닥으로 시선을 가져가지만, 아무 것도 없다. 살짝 배어 나온 땀이 전부다.
 
또 꿈꿨어? 그 꿈? 한동안 그런 말 없더니 왜 또.”
 
상훈은 손수건을 꺼내 선우 무릎에 조심스레 놓아준다. . 그래 꿈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밀고 들어와 머릿속을 휘젓는 꿈. 머릿속이 그렇게 휘둘리고 나면 며칠을 비칠비칠 헤매야만 했던 꿈. 하지만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실감이 나서 똑같은 상황을 매번 반복하면서도 언제나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반복이 되어도 전혀 학습되지 않는 놀라움,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매번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때론 울부짖기까지 한다. 뭐라고 소리쳤는지 알지 못한 채 선우는 자신의 소리에 놀라 늘 그 상황에서 깨어난다. 그러고 나서야 이미 반복해 겪었던 그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늘 같은 반복이다. 오늘 다른 게 있다면 상훈이 깨워서 그 상황이 끝났다는 것. 비행기 안이라 상훈도 당황해 급히 선우를 흔들었을 것이었다.
 
 
무릎 위의 손수건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선우는 핸드백을 열어 티슈를 꺼냈다. 그 바람에 작은 마트료시카 인형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것을 주워 다시 핸드백 가장자리에 매달면서 선우는 인형 얼굴을 만져본다. 방금 전 어디선가 꼭 같이 생긴 마트료시카 인형을 본 것만 같다. 이 인형은 엄마가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것인데, 그것도 30년도 더 전의 일인데 꼭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언제 본 걸까? 어디서 본 걸까? 열네 시간 기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비슷한 인형을 무심히 보았던 기억 때문인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귀국 축하드립니다. 이번 뉴욕 세계예술인 공연전시가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CNN에서 극찬을 하던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각에 빠져 어리벙벙한 얼굴로 입국장을 나오는데 기자 둘이 선우 앞을 막아섰다. 인터뷰가 있을 거란 얘기를 아무한테도 들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비행 일정을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우리 은선우 대표, 곧 미술관 개관하는 거 아시죠? 우리, 미술관에서 만납시다!”
 
손을 번쩍 들어주고는 상훈이 선우의 어깨를 감싸고 빠르게 공항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주 많을 거야. 나를 잘 이용해줬음 좋겠어, 선우야.”
 
 [: 이경희 그림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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