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데뷔전’ 나토 가는 尹, ‘韓·美·日 정상회담’ 성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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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정상회담 ‘무산’ 약식회동도 취소키로
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은 불발돼
‘北核 위협 대처·경제안보 강화’에 집중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7 15:41:29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부터 30일(현지시각)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참석차 27일 출국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어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4년9개월 만에 성사된 것으로, 대통령실은 안보 정세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불발된 한·일정상회담 또한 이번 정상회의 이후 탄력을 받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가에 따르면 29일 나토회의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참가한다. 한국은 일본·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이번 회의에 초청받았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 나토회의는 윤 대통령의 첫 국외순방이자 다자무대 데뷔전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일정에서 9차례 양자 회담으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국왕 면담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 간담회 등 총 14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8일을 시작으로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29일) △체코·영국(30일)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캐나다 및 루마니아 정상과는 약식회동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안건으로는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경제·안보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입장은 군사동맹인 나토의 반중·반러시아 기조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외교’로 국익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 외교’로 국익을 챙기는 한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서방 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재확인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각 오후 9시30분)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에서 대북 공조 방안 등이 심층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오후 3시 개최되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3분가량의 연설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아시아·태평양 나토 파트너국인 호주·뉴질랜드·한국·일본 정상회담과 함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이 일찌감치 무산된 가운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도 개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다만 윤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나토정상회의와 관련해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등 최소 3차례이상 만날 공산이 높다.

한·일 정상회담 무산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야기할 의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별도 회담을 위한 시간이 충분할지 고민”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과는 단독으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외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며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나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 논의 등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본 국내 정치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의 참의원선거가 내달 10일 치러지는 만큼 참의원 선거 이전에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서 한·일간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다”며 “갑자기 만났을 때 무슨 얘기를 시작하면 언론에 대답할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없으면 안 하는 게 좋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본 선거 이후 미뤄진 한·일 외교장관 회담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실무 레벨 간 징용문제를 포함한 한·일 현안을 풀어가는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일 셔틀 정상외교가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29일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운항 재개는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국의 물밑 노력이 결실을 본 하나의 성과로 풀이된다.

한편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의 경우 집단방위권과 관련해 관여도가 낮아 나토 정상회의에서 펼칠 수 있는 외교적 입지가 크지 않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다자외교가 애초부터 일정 정도의 한계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집단 방위의 실천 부분 등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라며 “우리는 파트너 국가로서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방법 역시 집단 방위보다는 ‘포괄 안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포괄안보에는 군사적 측면과 아울러 경제안보·기후변화·기술협력 등이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나토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목받기는 어려운 일이나 자유·민주주의·인권 등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수준 격상 정도까지 외교 저변을 넓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