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신설’ 논란 일파만파… 김창룡 경찰청장 사의표명이어 경찰관 ‘근조’ 시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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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표명’ 김창룡 “제도 근간 변화시키는 것” 사퇴
정부 ‘장관 지휘 ‘필요 최소한 조직’ 신설 ‘직접 경찰 통제’
경찰청장 사의에 전국 경찰 ‘근조리본·1인시위’ 전면투쟁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8 16:31:07

▲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등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김 청장의 사표 수리를 일단 보류했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로 정부와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는 와중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통제 강화 조짐이 맞물리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기미도 엿보이고 있다.

임기가 한 달밖에 안 남은 현직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경찰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국회에 모이는 등 행안부와 경찰조직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한 국면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까지 거론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청장이 사표를 내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27일 오전 기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의원면직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표를 정식 제출하면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징계 심사 계류 여부 등을 확인해 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당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한 만큼 김 청장에 대한 사표 수리가 즉각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같은 날 오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 통제 강화 계획 브리핑에 앞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청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이 장관과 100여분의 전화 통화에서 경찰법 취지를 설명하고 경찰국 신설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날 이 장관은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추진 방안과 관련 “현행법령, 추진 필요성, 유사 사례 등과 언론·경찰·시민사회·국회에서 제기하는 우려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권고안이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강화와 임무수행 역량 강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경찰국 설치와 함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안’도 다음 달 15일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행안부 측은 정부조직법 34조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의 업무를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조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을 폐지했기 때문에 경찰을 지휘·감독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선 해당 법을 두고 찬반 쟁점 토론이 한창이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을 오히려 정권에 예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마저 야당의 행안부 장관 탄핵 주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인 셈이다.

권 의원은 “정부조직법 34조에는 행안부의 소관 사무에 치안 사무를 분명히 규정하지 않아 치안 사무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라며 “특히 이 법이 다른 행정기관과 다르게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만 지휘권을 배제한 이유는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 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았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행안부 장관이 31년 전으로 퇴행하는 권고안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라며 “정부조직법과 경찰청 법을 명백히 위배하고 법치주의 훼손을 거행하는 이 장관에 대해 탄핵소추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서 치안 사무를 삭제했던 입법 취지를 전면 훼손하는 것”이라며 “명백하게 법률에 어긋난 것으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해당 토론회에 비번 또는 휴가를 낸 50여명의 경찰관이 참석했으며 토론회장 입구에선 ‘경찰 중립성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 일각은 지난해부터 1인시위 및 피켓 시위와 조기 게양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전면 반대 중이다.

경찰국 신설을 통해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감찰 사무 등에 관여하는 것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권 인사들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옹호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청장이) 경찰 지원부서 신설을 훼방 놓고 마치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두둔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