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상속세 폐지를 왜 혐오하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 View] 상속세·증여세 논의 본격화

김학형 국제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9 09:30:40

최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의 점심 식사가 경매에서 1900만달러(약 246억원)에 낙찰됐다.

연례 자선 행사인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코로나19 사태로 2년을 건너뛰었는데, 올해 재개와 동시에 에필로그 즉 마지막 행사로 막을 내렸다. 1930년생인 그의 나이(93세)를 생각하면 역대 최고 경매가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버핏은 널리 알려졌듯이 성공적인 투자자로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으로 불린다. ‘가치 투자’는 그가 처음 말한 게 아니지만 투자방식을 가리키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가치 투자란 단기적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십 년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버핏의 대표적인 가치 투자는 이른바 ‘굴뚝산업’에 대한 투자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코카콜라·아메리칸 익스프레스·질레트·워싱턴포스트 등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며 최대 또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수익을 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벤처기업 바람으로 기술주의 주가가 치솟을 때 그는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했다. 며칠 전 버크셔 해서웨이는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버핏의 투자철학 가운데 “돈을 벌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는 인구에 자주 회자되는 발언이다. 버핏은 60여년에 걸쳐 연평균 30%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50%를 넘는 수익률이 아니어도 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가 됐다(한때 2위까지 올랐으나 기부활동 등의 영향으로 최근 10위권으로 내려갔다).

버핏은 부를 뽐내는 전형적인 거부의 모습과 다른 독특한 생활 태도를 가졌다. 세계적인 거부임에도 운전사나 경호원 없이 자동차를 손수 몰고 다닌다. 연식이 꽤 지난 데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차라서 딸에게 “창피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머리는 싼 이발소에서 깎고 스테이크를 즐기지만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검소함은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다. 그는 재산 대부분을 기부한 것과 관련해 “내 자녀들은 미국 아이들 99%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며 “그들은 내 자리를 물려받지 않을 것이며 나는 왕조적 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와 1991년부터 절친한 사이로도 유명하다.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막대한 돈을 기부해 왔다.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말라리아·결핵 퇴치 등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 왔다. 기부에 적극적인 게이츠 역시 버핏의 ‘사회환원’ 철학에 공감과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윤석열정부에서 상속·증여세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직계 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약 25%)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이를 얼마나 내릴지가 관건인 셈이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거나 유산취득세로 개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버핏 영감님의 철학대로 부의 대물림은 절대 장려할 일은 아니다.

김학형 국제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