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은폐’ 악용되는 대통령기록물法 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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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끝없는 논쟁
정권 잘못 은폐하는 수단될 수 없게 고쳐야
기밀 지정권을 정권 아닌 독립적인 제3자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30 00:02:02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공정하게 개정해 불필요한 국력낭비를 없애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야 간 연일 벌어지고 있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소각 사건 때문이다. 관리법 입법 취지에 맞게 자료의 기밀 지정을 정권이 아닌 독립적인 제3자 판단에 맡기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는 2007년 노무현정부 때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실록 편찬이라는 우수한 기록 문화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자”는 취지였다. 대통령 재임 시의 경험과 지혜를 후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노 전 대통령이 이 법을 만들었을 때 비서실장이 문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의지에 어긋나게 자신들과 관련된 민감한 자료를 기록물로 지정해 감추고 있다. 작년 11월 행정법원이 “피살된 이 씨 유족에게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까지 내렸지만 문 정부는 관련 자료를 모조리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포함시켜 감춰버렸다. 유족은 기록물의 목록조차 확인 못하고 있다.

정치적 조작을 떠나 법 자체의 헛점도 상당하다. 기록물의 열람 거부 요건 중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 기록물’ ‘공개될 경우 국민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등의 조항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조항 등 애매한 규정이 많아 정권이 치부를 감출 수 있는 구실이 되고 있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또는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를 통한 열람도 가능하지만 현실화되기 어려운 방안들이다.

이 법의 또 다른 맹점은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실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어떤 문건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는지 ‘목록’까지 봉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방부조차 “우리도 어떤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건 진상 규명을 가로 막는 최대 걸림돌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통령 지시와 관련된 기록물을 조금만 공개하면 공무원 피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바로 가려낼 수 있다. 2020년 9월22일 해수부 공무원 이 씨가 북한군에 억류된 지 3시간 만에 총살됐는데, 보고받은 문 전 대통령이 구조 지시를 내렸는지는 관련 기록물만 공개하면 진실은 바로 드러나는 것이다.

진상 규명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막히면서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태스크포스(TF)는 국방부가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했다가 시신 소각이 추정된다고 번복한 배경에는 서주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서 전 차장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고,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새로운 팩트 없이 정쟁으로 몰고 간다”며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를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청와대가 각 부처에 보낸 지침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싼 논쟁은 격화되고 있다.

노무현의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실록 편찬급 역사적 입법’이라고 했다. ‘역사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후대가 활용하는 것,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란 숭고한 취지가 있었다.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은 그런 전후사정을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여야가 손잡고 입법 취지에 맞게 기록물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진짜로 국익을 해칠 기밀 사항이 아니라면 국민이 요구할 때 공개하도록 바꿔야 한다. 자료의 기밀지정 여부를 정권이 아닌 독립적인 제3자가 판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추하고 소모적인 국력 낭비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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