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국민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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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Talk] 민주당에서 사라진 ‘민주’

민주당에서 국민보다 중요한 것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01 00:02:30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는 민주주의에서 따왔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당’을 표방하며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당명에서 민주가 실종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는 서해 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군 당국과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은 ‘자진 월북 근거가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당연히 의혹이 불거졌지만 지난달 17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 중에 피살사건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고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피살 공무원 사건 자료 열람에 대해서도 “협조할 생각이 없다. 민생이 굉장히 심각한데 지금 그런 걸 할 때냐”며 협조를 거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을 다른 문제보다 후 순위로 치부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우 위원장의 발언이 곧바로 여권의 비판에 직면했음을 물론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18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진행된 호국영령 위령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동”이라며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그걸(진상규명) 하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인가. 전혀 무관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SNS에서 우 위원장의 운동권 시절 사진을 공유하고 “1987년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이 청년(우상호)은 2022년 ‘서해 피살 사건이 중요한 일이냐’며 ‘진상규명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는 괴물이 되었다”며 “국가의 폭력에 저항하던 순수한 청년이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득권 냉혈한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우상호 위원장님 대체 어쩌다 이리 되셨나. 민주화의 역사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자화상이 부끄럽지도 않으시냐”며 “저는 부끄럽다. 민주화의 역사가 부끄럽고 저 역시 저리 될까 무섭다. 또한 청년 시절 우 위원장께서 국가와 정부에 대해 느꼈을,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분노를 우 위원장께 똑같이 느낀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이 2년 전에 문 정부의 무엇을 숨기려는 듯 유가족에게 돈을 이용해 고인이 월북했다는 증언을 유도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피해자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과거 2년 전 민주당이 자신의 고향이 호남이니 같은 편 아니냐고 하면서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 주겠다고 회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국가의 잘못으로 국민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무마‧은폐 하려 했던 시도가 알려지자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민주당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뒤늦게라도 진상규명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TF를 만들어 정치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1순위는 국민이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에 지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국민을 향해 자신들에겐 국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해당 사건에 대해 정치적 대응에 나서는 대신 진상규명에 보다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공당(公黨)인 민주당이 앞으로는 보다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