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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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였다. 이진욱. 조금 전까지 상훈과 말싸움 속에 등장했던 그다. 얼굴도 표정도 목소리도 이진욱 바로 그였다. 선우가 눈을 크게 떴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다 보면 어디선가 한 번은 부딪치겠지. 마트, 영화관 혹은 와인바? 차라리 와인바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취기에 머쓱함 같은 건 잊혀지리라.
잘 지내? 난 뭐 그럭저럭, 와인 잔을 슬쩍 들어 올리며 세련된 웃음을 웃으며 돌아서 가야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하필 감정이 만신창이가 된 날 뜬금없는 공항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오랜만이야…. 미국에서 돌아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
선우만큼이나 복잡한 표정으로 서 있던 진욱이 금세 밝은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미술관 오픈 날짜는 잡았어? 그러잖아도 내가 연락하려고 했는데….”
선우는 대답처럼 피식 웃음을 웃었다. 미술관 개관식에 진욱을 초대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어린 시절 손수 만든 초대장을 쥐여주긴 했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열일곱 살 소꿉 시절의 약속을 다 지킬 수는 없었다.
핸드폰을 보고는 주변을 쓱 훑어보던 진욱이 큰 도로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택시 정류장 반대 방향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선우도 따라 걸었다.
“문화재청으로 제보가 들어왔다는데…. 나소선 화가 작품이 불법 경매장에 돌아다닌다고.”
“엄마 작품이요? 불법 경매장 어디요?”
이번엔 진욱이 피식 웃음을 웃었다. 하지만 곧장 웃음이 지워진 무표정한 시선이 선우를 향해 건너왔다.
“엄마 그림은 내가 미술관에 다 보관하고 있는데…. 그 그림들 엄마 그림 맞아요? 무슨 그림이래요?”
진욱이 다시 주변을 쓱 훑어보면서 말했다.
“누군가 미술관에서 훔친 걸 수도 있고…. 아님 가짜로 만든 위작이거나… 아니면… 예전에 소실됐다던 어머니 작품들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
“소실된 거라면 이제까지 어디에 있다가? 그리고 그 그림들… 찾을 수는 있어요? 누군지… 잡을 수는 있어요?”
“우리도 조사 중이야. 문화재청에서 조만간 미술관으로 연락 갈 거야. 그리고….”
하는데 갑자기 진욱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깐만, 진욱이 핸드폰 꺼내 문자를 확인하고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다급해진 표정을 지었다.
“미안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가 봐야 할 거 같아.”
미안. 연락할 게. 진욱은 명함 한 장을 선우에게 건네고는 곧장 앞을 향해 뛰었다. 방금까지 대화를 했던 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욱은 달려가 도로변의 검정 색 세단에 올랐다.
뭐지? 황당한 기분이 든 선우는 택시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택시가 선우 앞에 섰다. 택시 문을 여는 순간 아니 열려는 바로 그 찰나였다. 쿵 하는 굉음이 귀를 찢으며 달려든 것은.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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