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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자국의 안보와 국익 보호를 위해 합법·비합법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의 정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국정원의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정보활동에서 ‘합법’을 강조하며 이전 정권의 정보활동을 ‘적폐(積弊)’로 규정하여 범죄시하고 정보기관을 ‘행정기관’으로 전락시켰다. 그 결과 정보기관의 눈과 귀, 팔과 다리를 불구화하여 자해하는 국가정보역량의 훼손을 초래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정보기관이 합법 영역에서만 활동하는가?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나라나 세력이 있다면 도청·절취·매수·역정보·기만공작·해킹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보의 세계다. 이런 연유로 아국의 정보활동이 상대방에서는 스파이 활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초토화된 국가정보활동을 정상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첫째, 훼손된 국정원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문 정부는 전직 국정원장 4명과 직원 100여명을 소환하고 40여명을 사법처리하여 국정원을 범죄집단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이런 수난 속에서 직원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사기가 저하되면서 정보활동이 왜곡되고 보신주의가 만연했다. 작년에는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국정원의 원훈석(院訓石)에 통일혁명당 간첩 신영복의 글씨체를 새겼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한글 서체만 500종이 넘는 상황에서 특정 간첩의 글씨체를 원훈석에 새긴 것은 명백히 국정원의 정체성을 능멸하는 의도적 행위다. 정체성이 훼손된 정보활동은 결코 국가안보와 국익을 대변할 수 없다.
둘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해야 한다. 첨예한 남북분단의 대치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제1의 임무는 현존하는 북한의 안보위협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PNIO·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s)의 최선두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대남간첩공작 등을 막아낼 정보수사 활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이 국정원의 최우선 존재 이유다. 문제가 있다면 철저한 반성을 통해 대공수사 시스템 전반의 쇄신을 통해 바로잡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정찰총국 등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들의 숙원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이적행위를 저질렀다.
셋째, ‘정보의 정치화’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문 정부는 국정원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활동의 중립성을 확보해주는 노력을 경주하기는커녕 도리어 청산대상인 ‘정보의 정치화’를 가속화했다. 즉 대통령과 특정 정치권력의 입맛에 부응하는 코드화 된 정보활동을 하도록 강제했다. 북한 김정은을 자극하지 않고 비위 맞추는 정권코드에 초점을 맞추어 정보활동을 전개했다. 일례를 들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간첩(청주간첩단)을 적발하고도 3년 후에 겨우 사법처리했다. 또한 북한이 5년간 해킹을 통해 2500억원이 넘는 금전탈취(가상화폐 등)를 자행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경고나 사과·손실보상·재발방지 요구 등을 촉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에서 보듯이 정확히 관련 정보를 생산·전파하여 구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월북 조작 평가에 동조하는 반문명적 행태를 보여줬다.
넷째, 국정원의 임무에 핵심 국가정책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생산·전파하는 기능을 신설해야 한다. 문 정부는 국정원의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기능을 삭제하고 관련 부서를 해체해버렸다. 그 이면에는 정보 활동이 곧 ‘정치사찰’이라는 후진적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온·오프라인상에서 국내 정보와 북한 정보 및 해외 정보를 나누는 경계가 무의미해진 상황인데도 이를 연계 추적할 수 있는 ‘국내 보안정보’ 활동을 폐지했다. 이른바 정보수집의 ‘무제한 원칙’이 정형화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군사정보 등 전통적 안보정보나 초국가적 안보정보 활동 외에도 국익보호를 위해 핵심적인 국내외 정책정보를 수집·분석하여 관련 기관에 제공하여 효율적인 국가정책 수립을 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급변하는 정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보활동도 당연히 전면 쇄신되어야 한다. 향후 국가정보 활동은 안보 영역의 확대, 안보와 안보위협 주체의 변화, 안보 수단의 변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 즉 안보의 영역이 전통적 군사위협에서 테러·사이버테러·국제범죄·산업스파이·재난·환경·경제안보 등으로 확대되었다. 안보와 안보 위협의 주체가 국가뿐만 아니라 비국가행위자로 확대됐고, 안보의 수단도 인간안보와 함께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안보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과연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정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느냐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국가정보기구를 쇄신한다면 먼저 이의 핵심은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으로 국가정보활동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의 용어 규정부터 임무, 정보조직 체계, 기능 배분 및 정보활동 전반 사항 등을 담고 있는 (가칭)국가정보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보조직체계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를 조정, 통합하는 독립적인 ‘(가칭)국가정보위원회(위원장 부총리급)’를 두고 산하에 장관급을 수장으로 하는 ‘국가안보정보원(현 국정원)’과 ‘국가안보수사청’으로 이원화하자는 것이다. 국가안보정보원은 북한과 해외정보·과학정보 및 국내외 정책정보 활동을 수행하고, 국가안보수사청은 미국의 FBI(연방수사국)과 같이 안보수사(대공수사)·방첩·대(對)테러·사이버테러·산업보안 관련 정보·수사 활동을 수행케 하는 방식이다. 윤 정부는 선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보체계의 틀을 구축하는 역사적 과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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