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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기조에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은 이자 수입이 늘어 금리 인상의 혜택을 받지만 보험·카드사는 보유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조달 비용이 늘어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 주요 금융사들은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과 국내외 경영환경 점검에 나서고 있다. 통상 하반기 전략회의는 연간 전략회의에서 세운 전략과제의 이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실행계획을 이에 맞춰 수정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고물가 속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험·카드사들이 기존 경영전략을 수정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와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혁신보다는 위기대응이 주요 논의사항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반기 불확실성으로 리스크 관리가 핵심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17일 경영진과 부문별 책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전략회의를 가졌다. 삼성화재는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응한 위험 관리 강화 방안과 내년부터 도입되는 보험업권 새 회계제도(IFRS17)에 대비한 경영효율 개선 방안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략회의 후속 조치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에 대한 한도를 60%에서 50%로 축소하며 리스크 대응에도 나섰다.
삼성생명도 지난달 24일 하반기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경기침체에 대응한 부문별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이 전략회의의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2030 중장기 전략’ 달성을 위한 실행과제를 중간 점검하고 불확실한 하반기 금융환경 속에서 성장 가능한 경영전략이 무엇인지 각 부문별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경영전략 회의를 앞둔 다른 주요 보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변동성이 커진 환경 속에서 위기대응을 하반기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은 각각 이달 8일, 14일 예정된 하반기 전략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금리 급상승과 경기침체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다.
경영 리스크 커지며 비용절감 모드
카드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경기침체로 추진 중인 전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경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하반기에는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비용 절감’에 방점을 찍고 경기 불황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년사만 해도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은 디지털 플랫폼 중심 변화와 혁신·성장을 강조했다”며 “지금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내실경영을 통한 위기대응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중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과 데이터 경쟁력 등 미래성장 동력 기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논의하며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에 대해 급격한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 업계 경영환경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준금리 인상·경기침체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내실경영 기조로 위험 관리를 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12일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개최한다. 마케팅 경쟁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내실경영을 펼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고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15일 하반기 전략회의를 연다. 하반기에는 외적인 성장보다는 가치 성장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을 지속 추진하면서 플랫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하나카드도 하반기에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금리 인상기에 위험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조달 비용 상승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유동성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 추진하면서 제휴사 데이터 동맹체인 ‘도메인 갤럭시’를 통한 새로운 디지털 방향성을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달 오픈한 ‘현카연구소’를 통해 하반기 중에 여러 쇼핑몰에 흩어진 장바구니를 한데 모아 조회·결제할 수 있는 ‘위시리스트’라는 이색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롯데카드는 하반기 전략회의를 통해 대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관리, 수익성 관점에서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는 전략 방향을 수립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디지로카 전략’ 진행 상황을 수익성 관점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NH농협카드는 하반기 엔데믹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상품을 출시하고 디지털 채널 기반 마케팅을 시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하반기에 전반적인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수익성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최근에 출시한 신규 브랜드 ‘NU(뉴)’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관리를 강화하고 디지털 플랫폼 규모를 확대한다.
금감원 “금융시장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중점”
금융당국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함께 최근 국내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 달 전 취임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금융감독 기구 본연의 역할”이라며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되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부족함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험사 RBC 비율은 올 1분기 209.4%로 전 분기 대비 36.8%p 하락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확충 등 강도 높은 금융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써 주길 바란다”며 “위기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자본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이어 5일 오전 서울시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많은 카드사의 현 상황을 우려하며 카드빚 부실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취약 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현금서비스·리볼빙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카드사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코로나19 프로그램 종료 등에 대비해 여전사의 취약차주 지원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가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한 차주가 조기에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며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통해 신용도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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