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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던 넥슨이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 오랫동안 인지도와 팬층을 쌓아온 IP들이 넥슨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슨은 신작 게임·콜라보 상품 등에 더해 차기 NFT 생태계까지 IP를 확장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딛고 반등… 2·3분기 실적 반전 기대
넥슨은 지난해 게임 업계를 강타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 등을 통한 과도한 과금 유도와 소비자 기만, 소통 부재, 느린 업데이트 등 그동안 소비자들이 쌓아왔던 불만 사항이 터져 나왔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로 대거 이동하며 ‘메난민’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피파온라인4’, ‘마비노기’, ‘클로저스’ 등이 과금 유도와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논란이 되자 게임 이용자들이 트럭시위 등을 통해 항의에 나섰다. 넥슨은 부랴부랴 문제가 된 게임들에 대해 사용자 간담회를 실시하고 향후 개선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동안의 게임 운영이 알려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타격은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넥슨의 2021년 매출은 연결 기준 2조8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18% 감소한 9516억원에 글쳤다.
힘든 한 해를 보낸 넥슨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한 9434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3992억원이었지만 당초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력 수입원인 ‘던전앤파이터’ 중국 버전 매출이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반등에 성공해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피파온라인4’는 신규 클래스 업데이트와 대규모 보상 이벤트 등을 통해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메이플스토리’와 ‘메이플스토리M’이 전년 대비 42%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이사는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개선이 글로벌 지역의 고른 성과로 연결됐다”며 “올해와 내년까지 대규모 신작들의 출시가 예정된 만큼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성공을 거두며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출시한 지 5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이후에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다 다른 신작 게임들에 밀려 6~7위권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여귀검사’ 패치 이후 반등에 성공해 다시 3위 자리에 올랐다. 1분기 실적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2분기에는 성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또 다른 주력 게임인 메이플스토리가 6월 30일 ‘이그니션’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사이트 게임트릭스가 발표한 PC방 점유율 순위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의 점유율은 6월 5주 차에 전주 대비 무려 103.37% 증가해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로스트아크’ 등을 제치고 4위에 위치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에 레벨 200까지 빠른 성장을 지원하던 ‘테라버닝’을 250레벨까지 확대하는 ‘하이퍼 버닝’을 진행했고 ‘시그너스 기사단 리마스터’도 함께 펼쳤다. 성장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MMORPG 특성상 성장 지원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학에 이용자가 몰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상승세가 아닐 수 없다. 넥슨은 하반기에도 ‘히트2’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베일드 익스퍼트’ 등 신작 발매를 통해 기세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차세대 게임·콜라보 상품·NFT 등 IP 확장 …전문가 “신작과 밸런스 맞춰야”
넥슨의 반등 원인으로 오랜 기간 구축한 IP의 힘이 지목된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에 출시해 19년째 서비스하고 있으며 던전앤파이터도 2005년에 출시한 장수 IP다. 피파온라인4는 2007년 출시한 ‘피파온라인2’가 흥행한 뒤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이전 버전의 이용자를 흡수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 다른 주력 게임인 카트라이더는 2004년에 출시했으며, 2001년 출시한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들을 가져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공식이 게임업계에도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해당 게임을 즐기던 어린이들은 게임과 함께 나이를 먹어 20~30대가 됐다. 이들이 취업을 하고 경제력이 생김에 따라 넥슨은 충성심과 구매력을 동시에 갖춘 고객층을 확보하게 됐다.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하면서 부침과 논란도 있었지만 친숙하고 매력적인 IP의 힘이 넥슨을 계속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듀랑고’, ‘어센던트 원’ 등 수백억원을 투입한 신작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때도 기존 인기 IP가 버팀목이 됐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어떤 게임에 불만을 느낀다고 해도 게임 자체에 매력이 있고 거기에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면 떠나기가 쉽지 않다”며 “해당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인기 IP이니만큼 눈에 들어오기도 쉽고 관련 정보를 찾기도 쉽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기존 IP를 이용한 신작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넥슨은 최근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PC·콘솔 격투 게임 ‘DNF Duel’을 내놓았다. ‘DNF Duel’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 주간 판매 5위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외에도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액션 RPG ‘프로젝트 AK’과 ‘프로젝트 오버킬’ 등을 개발 중이다.
인기 장르에 인기 IP를 결합하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블리자드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장르에 ‘워크래프트’ IP를 결합한 ‘하스스톤’으로 대박을 냈고 라이엇게임즈는 오토체스 장르가 한창 떠오르던 때에 ‘리그오브레전드’ IP를 활용한 전략적 팀 전투(롤토체스)로 이용자층을 흡수했다. ‘던전앤파이터’ 역시 이미 팬층이 탄탄한 인기 IP인만큼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블리자드 인기 IP 캐릭터가 총출동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나 똑같이 ‘리그오브레전드’ IP를 활용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IP 파워를 뒷받침할 콘텐츠의 재미가 있어야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은 보유하고 있는 IP를 게임 외의 다른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넥슨이 GS25와 손잡고 출시한 ‘메이플스토리 빵’은 출시 18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GS25가 점포당 발주 물량을 최대 5개로 제한했으며 빵을 사면 같이 얻을 수 있는 스티커와 스탬프가 인기를 얻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은 이전부터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활용한 머그컵, 쿠션 등 관련 굿즈를 판매했으며 2000년대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 ‘코믹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RPG’ 등 여러 방향으로 활용돼왔다.
넥슨은 최근 진출을 선언한 NFT 게임에서도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할 계획이다. 넥슨은 2022년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키노트에서 NFT 중심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최초 공개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첫 타이틀 ‘메이플스토리N’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콘텐츠를 내놓을 방침이다.
강대현 넥슨 COO는 “NFT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며 “메이플스토리 NFT가 게임이라는 벽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전방위적으로 활용처를 확장하는 동시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안에 외부 NFT가 들어올 수 있는 융합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IP를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기 IP를 창조하려는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기존 IP를 활용할 경우 개발 비용이 절약되고 IP의 팬층에 대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리스크가 적은 방법이니만큼 인기 IP를 가지고 있는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고 진단했다. 위 학회장은 이어 “다만 기존 IP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는 만큼 넥슨에서도 신작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며 “IP 활용과 신작 발굴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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