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고통지수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민생고통지수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실업률·물가상승률·국가채무액 등 연일 최고치 갱신
유가·전기료까지 들썩… 금리인상은 신중히 추진을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11 09:33:51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생의 어려움을 더는 데에 공공 부문이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구조 조정과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솔선하고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최근의 민생의 고통지수는 위기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고통지수(misery index)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계산된다. 고통지수는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아서 오쿤 예일대 경제학 교수가 주장한 지수다. 오쿤은 ‘오쿤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다. 오쿤의 법칙은 실업률 1%를 낮추기 위해서는 성장률이 4% 정도 되어야 한다는 경험적 연구 결과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급등하고 있는데 실업률이 2.8%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고통지수가 8.8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실업률 2.7~2.8%는 문재인정부 이래로 지속되어 온 재정주도 단기일자리 양산으로 실제 경제상황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문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비탄력적인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무수한 반기업·친노조 정책에다 폭증하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는 아랑곳 하지 않는 큰 정부 정책 등으로 연간 평균 30만~40만명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가 2018년 9만명대로 급락하자 부랴부랴 재정을 쏟아 붓는 재정주도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주당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되므로 단기일자리 양산으로 실업률은 실제실업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정하기 위해 확장실업률을 발표하고 있다. 5월 확장실업률은 10.7%다. 이를 5월 물가상승률 5.4%와 합하면 고통지수는 16.1이 된다. 이는 1998년의 환란 수준이다.

민생이 이 정도로 어려우면 국민의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권교체도 일어난다. 영국에서 1979년 마거릿 대처 총리의 보수당 집권, 미국에서 1980년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 등이 모두 2차 석유파동과 엄청난 물가상승에 따른 민생도탄이 주된 배경이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으로 11월 중간선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도 이런 맥락애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고통지수가 지금처럼 상승하는 경우 2024년 4월 총선이 여야 혼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가상승 대책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지만 높은 실업률 충격도 감안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가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선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국제곡물 가격 상승 및 중국 봉쇄와 해운물류 차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이다.

국내적 요인으로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여전히 낮은 생산성에 높은 임금상승세 지속, 탈원전 등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요인에 따라 불가피한 전기 가스 수도 등 관리물가 상승, 광범위한 외식비 등 서비스물가 상승, 국내자급률은 하락하고 수입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농축산물가격 상승, 그리고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확대 재정지출 등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대부분 공급측 요인들이다. 공급측 요인에도 금리만 인상하는 경우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낮아지겠지만 투자 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 충격이 클 것임은 물론 한국처럼 민간부채가 많은 경우에는 부실이 증가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기업부채는 2022년 1분기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19%에 달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우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급증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 1분기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59조4234억원으로 금리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1분기 잔액기준 77.3%에 달해 금리가 1%p 오르면 연간 약 14조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위험 부실기업의 부실 우려도 크다. 한국은행의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이 중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약차주 수도 31만6000명에 이르고 있다.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 빠르게 부실이 증가해 금융부실로 전이 우려가 크다.

금리인상이 부동산가격 하락을 초래해 부동산대출 부실 등 하우스푸어 양산 우려도 있다. 공급충격 물가상승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근본적 원인 해소에 주력하는 미시적 대책이 필요하다. 금리인상은 기업부실 투자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 충격을 감안해 신중한 스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오정근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