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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로 경제 위기에 몰린 스리랑카의 대통령과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궁 집무실을 난입·점거하고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며 정권 퇴진을 거세게 요구한 직후였다.
9일(현지시간) 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수도 콜롬보에 집결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70년만에 최대 경제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수 개월간 정부의 경제적 실정에 항의하며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점거하고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를 당시 라자팍사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BC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은 7월 13일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크레메싱게 총리 역시 사퇴할 뜻을 밝혔다.
스리랑카 국회 대변인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평화적인 정권 이양이 이뤄지도록” 사임을 결정했다면서 국민에게 “법을 존중해달라”고 요정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사임 발표가 나오자 시민들은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이를 축하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대통령궁을 점거한 시위대 중 한명인 피오나 시르마나는 BBC에 “이제는 대통령과 총리직을 없애고 스리랑카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좀더 일찍 물러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슬프다”면서 “일찍 물러났다면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콜롬보 소재의 한 병원 대변인은 AFP통신에 총상 환자가 3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외화부족으로 식량·에너지·의약품 수입의 어려움까지 겹쳐 지난 70년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외화가 바닥난 상황에서 개인 차량에 대한 석유와 디젤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어 시민들이 연료를 구하기 위해 며칠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510억달러(약 66조2000억원) 외채 상환이 어렵게 되자 4월 12일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지난 수 개월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경제난으로 인한 시위가 꾸준히 이어졌으며 이는 비교적 평화적인 형태의 시위였다. 하지만 9일 진행된 시위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격한 행태를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대통령궁에 진입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과 사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궁 내부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영내 수영장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집안의 옷장 서랍을 열어보기도 했다. 또 일부는 집안의 물건을 집어가거나 호화로운 대통령 화장실을 사용했다.
시위대에 있던 한 시민은 로이터 통신에 “이 집의 호화로운 내부를 보니 그들이 나라를 위해 일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에티라잔 안바라산 콜롬보 주재 BBC 기자는 라자팍사 대통령과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의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며칠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안바라산 기자는 수백만 스리랑카 국민이 끼니를 걱정하며 고통받고 있을 때 대통령과 총리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결국 대규모 시위와 두 지도자의 사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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