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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가의 ‘황태자’로 비유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원 유세 도중 사제 산탄총에 맞아 사망한 가운데, 1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이번 선거에 아베 동정표가 결집하며 여당(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에 압력을 넣을 정도의 실세였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인해 일본 정가의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이며,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일본 의회는 하원 격인 중의원이 참의원에 비해 의사결정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참의원이 법률안을 부결하더라도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의결이 가능하다. 다만 중의원은 총리가 해산을 선언하면 임기가 보장되지 않지만 참의원은 임기가 보장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로 새로 선출되는 125명(보궐 1명 포함)이 어떤 분포를 보일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공통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선더는 당초에는 기시다 총리에 대한 중간 평가로 분석됐으나,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라 ‘추모 선거’로 급변했다. 이번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다면 앞으로 3년간 전국 선거가 없어 이른바 ‘황금의 3년’을 누리게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일본 유력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마이니치신문 3사가 이달 들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합쳐 최소 63석·최대 80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바 있다. 자민당·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무난히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연립 여당에 동정표까지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4개 정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 등이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는 데, 125석을 가운데 개헌 세력이 82석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에서도 전체 의석 248석의 3분의 2(166석)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선거 전 여당 의석수인 139석(자민당 111석·공명당 28석)과 비교해도 여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의석수를 늘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자민당 총재이기도 한 기시다 총리는 여당의 과반 유지를 승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 복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자민당은 △55~65석(요미우리신문) △56~65석(아사히신문) △53~66석 마이니치신문) 등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공명당은 △10~15석(요미우리) △12~15석(아사히) △10~14석(마이니치)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임기 3년이 남은 여당 의석수는 70석(자민당 56석·공명당 14석)이다. 예상대로라면 선거 후 여당 의석수는 최소 133석에서 최대 151석이 될 것으로 참의원에서 과반 125석의 유지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전 총리는 전임 총리를 넘어서 8년9개월 동안 일본 총리를 지낸 역대 최장수 총리이며 일본 우익의 상징이다. 제90대와 96~98대 총리를 지내며 총 8년9개월 재임했다. 2012년 2차 집권 이후 6번의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 승리를 이끌었으며 2020년 지병 탓에 총리직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날 때까지 독주체제를 이끌었다. 사임 이후에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이른바 ‘상왕’에 비견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명문가 출신인 그의 외할아버지는 1955년 자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정치를 좌우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외종조부인 기시 전 총리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아베 이전 일본의 최장수 재임 총리를 지냈으며,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외무장관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1982년 아버지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1991년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사망 후 2년 뒤 아버지 뒤를 이어 야마구치현에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됐다. 2006년 9월 자민당 대표로 이듬해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임했다. 5년 만인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에 올랐으며 이후 평화헌법 개헌과 미·일동맹 강화 및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재정확장·금융완화·구조개혁’의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움직는 공격적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2020년 8월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퇴임 이후에도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 정가에는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인 독자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는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그동안 자신을 총리에 앉혀준 ‘아베파’ 우익 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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