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은 살가죽을 때리고 충고는 뼈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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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밖에 없는 분을 위한 ‘조언’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15 09:18:08

어떤 정치인에게 물었다. “정치하면서 가장 싫은 게 뭡니까.” 그가 1초의 여지도 없이 답했다. “조언이나 충고입니다.”

‘조언은 살가죽을 때리고 충고는 뼈를 때린다.’ 언젠가 방송 토크쇼에서 있었던 ‘조언과 충고’에 관한 내용이 유튜브로 옮겨지자, 댓글 창에 올라온 말이다. 어떤 분인지, 조언이나 충고에 대한 인식이 서릿발 같은 느낌이다. 사실 그대로 말하자면, 다른 어느 매체에서도 조언이나 충고에 대해 우호적인 댓글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당신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당신에게 그런 ‘잔소리(?)’를 하신 분은 자신이 ‘그랬음’을 꿈에도 생각지 못할 수 있다. 또는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 인생의 중대사를 바로잡아 줬다는 생각에 후련함과 흡족함을 음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언이나 충고 습관이 뼛속 깊이 새겨진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 온 서구인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인의 타인 관심도라고 하던가. 조언이나 충고는 ‘타인관심 편향’에서 출발한다.

‘조언이나 충고’의 주요 대상은 자신과 애착관계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 자녀·친지·친우·애인과 같은 관계는 밀착된 타인이자 자타 분별이 어려운 사이다. 이런 애착 조건은 일방적이고 무의식적인 조언이나 충고가 남발될 환경에 있음을 뜻한다.

조언과 충고의 선(線)이 물그림자처럼 애매하거나 그것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집단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이 그렇다. 직장은 주로 업무를 매개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업무에는 순서가 있고, 상하관계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한다. 당연히 상하 간에 생각이 엇나간 지점이 발생한다.

기안문에 적힌 문장 한 줄 한 줄이 기안자의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틀에 박힌 기안문이라 해도, 문장 배열과 비중에 따른 순서가 상사의 손가락 끝에서 위치 이동을 명(命)받는 게 부지기수다.

상급자에게 올라가는 모든 문서는 기본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생선 격이다. 이때 상사의 모든 말은 ‘조언과 충고’의 선상을 오르내리게 마련이다. 물론 그 이상의 천격(淺格)도 있을 수 있지만 논외로 한다.

강원국 작가는 저서 ‘어른의 말하기’에서 “대화는 말하는 사람의 수사학이 아니고 듣는 사람의 심리학”이라고 짚는다. 대화의 중심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수평적이고 공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마디로 역지사지형 소통법이다.

쉽지 않아 보인다. 본의 아니게 ‘조언이나 충고’를 자주 하는 조건에 있지만 소위 ‘꼰대’가 되기 싫다면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조언이나 충고라는 ‘비우호적 언술’의 그물을 피하면서도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없겠는가.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당신의 언어 또한 마음의 울림일 뿐이다. 마음의 울림? 그렇다. 말은 마음의 울림이 성대라는 울림판을 매개로 전달된 신호다. 우리는 그것을 말투라고 한다.

대화 중에서 말투의 비중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말의 뉘앙스·소리·음색·나이·음성의 톤·얼굴 표정 따위의 조화를 ‘말투’라는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말투는 이것들이 뒤섞이면서 드러난다. 말투를 다시 정의한다면 ‘말의 무늬’다.

말의 무늬는 어디에서 오는가. ‘말’은 주로 당신의 두뇌에서 온다. 기억 저장고에 있던 언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늬’는 누가 만드는가. 이에 대한 소비자 입장을 강원국 작가가 대변해 놓았다. ‘대화는 듣는 사람 맘대로’지 말하는 사람의 의도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핵심은 마음이다. ‘말의 무늬’도 ‘말투’도 원판(原板)은 ‘마음’이다. ‘조언이나 충고’ 또한 핵심이 아니다. ‘조언이나 충고’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수사학’이다. 듣는 청자의 판단과 가치관이 배어든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떤 마음으로 말하느냐에 따라서 ‘가르침’도 되고 ‘조언’도 되고 ‘잔소리’도 된다. 같은 논리로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서도 위와 같이 분류된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를 극복할 수 있는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당연히 말하는 자에게 있다. 그런데 누구나 다 말하는 자이자 말을 듣는 자이다. 그렇다면?

‘조언이나 충고’는 안하는 게 피차 이익이다. 할 수밖에 없다면 당신의 마음을 살피면서 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당신의 말투를 지켜보면서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면 입 다물고 그냥 미소 짓는 건 어떨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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