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무인화시대 고용위축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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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무인화시대 고용위축 대비하자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8 00:02:30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5%로 결정되자 산업 전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인건비 부담은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된 무인화 추세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용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지금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인력 구조를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인화와 로봇 서비스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셈이다.

올해 무인점포 출점 속도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 올해 상반기에만 703개 점포가 늘어났다. 한 달에 118개씩 무인점포가 생겨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82개점)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무인점포를 선도하는 편의점 업체는 이마트24다. 2020년 85개 점포에 불과했던 이마트24의 무인점포 수는 지난해 1001개점, 올해 상반기 1331개 점으로 폭증했다. 2년 6개월 사이 무려 15.6배나 늘어난 것이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CU는 2020년 200개 점에서 올해 상반기 402개 점으로 2년 만에 100% 이상 증가했다. GS25의 2020년 무인점포 수는 140개 점에서 지난해 말에는 565개 점으로 3배가 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717개 점으로 2020년 대비 5배가량 성장했다. 세븐일레븐도 2020년 46개 점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330개 점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무인단말기시장은 올해 35조6000억원의 시장 가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2년에는 약 10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인단말기 시장은 현재 슈퍼마켓·식당·편의점 등 소매점포의 시장점유율이 5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영화관을 보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한 지 오래다.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들은 키오스크를 설치해 표를 구입하도록 한 데 이어 최근 ‘자율 입장 제도’를 도입해 검표 작업을 생략했다. 티켓을 구입하고 영화를 관람한 뒤 극장을 나설 때까지 영화관 직원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는 게 가능할 정도다. 물론 팝콘·음료 코너에서는 직원을 볼 수는 있다.

무인단말기뿐만 아니라 로봇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은 5조5000억원 규모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안내·청소·서빙 등) 시장은 4600억원 규모로 최근 2년간 40% 넘게 성장했다.

외식·영화·호텔 등 서비스 업종의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영향도 크다. 이러한 구인난의 틈새는 로봇이 성공적으로 메우고 있다. 서빙 로봇의 대여 가격은 월 50만~100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기준 월급 191만4440원(올해 시급 9160원 기준)의 절반 이하다. 구인난과 높은 인건비 여파로 서비스 로봇은 무섭게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산업용 로봇 밀도)가 932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5년까지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감소하는 노동 비용을 국가별로 예측·비교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33%로 조사됐다. 자동화로 인한 불평등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상을 파고드는 무인화와 로봇 서비스는 현장 계약직 등의 신규 충원 필요성을 낮게 만들고 고용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재교육과 직업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인화와 로봇시대에 발맞춰 교육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대응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