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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신문을 보고 잠시 눈이 시원했다. 윤해동 한양대 교수가 우리 시대 문화권력이자 ‘숨은 신(神)’ 백낙청을 실명(實名) 비판한 것이다. 비판도 검증도 없이 굴러가는 학계 풍토에선 사뭇 이례적이었다. 그게 7월1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토착 왜구 프레임이 ‘빨갱이’보다 더 폭력적이다”이다. 윤 교수는 “한국 학계가 외부와 담 쌓고 너무 게토화돼 있다. 창비 백 선생처럼 몇몇 사람이 구역을 차지하고 족장처럼 군림한다”고 날을 세웠다.
100% 공감한다.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민족주의의 거품을 걷어내자는 목소리였다. 창비 백 선생이 누굴 지칭하는지도 분명한데, 문학평론가 백낙청(84)에 대한 비판은 내 기억엔 시인 김지하의 포문(砲門) 이후 10년 만이다. 2012년 12월 김지하는 한 신문 칼럼에서 “자칭 한국 문화계의 원로라는 백낙청이 쑥부쟁이(독풀)”라고 후련하게 한 방 날렸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이후 문화계 심판관인양 행세해 온 “그 백낙청이 막상 한국문학의 전통에 무식하다”는 것이고, 특히 좌편향 정치관이야말로 “깡통 빨갱이”라고 때렸다. 백낙청과 좌파 신문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실은 아쉬웠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정교한 세목(細目)이 없던 탓이다. 후속 논의 역시 없었다. 그래서 백낙청을 내가 도마에 올려놓기로 결심했다. 단 오늘은 그가 학계에 미친 악영향에 국한한다.
이른바 원탁회의 좌장으로 현실정치를 주무르며 ‘좌파 총사령관’으로 등극한 얘기는 다음에 하겠고, 문화권력·지식권력 백낙청 비판에 초점을 맞추겠다. 실은 백낙청을 필두로 ‘우상과 이성’의 리영희, ‘태백산맥’의 조정래를 실명 비판한 ‘좌파 문화권력 3인방’(백년동안)을 4년 전 필자가 펴냈다. 그 판단에 조금도 변함없다. 이 셋은 좌파 민족주의를 징검다리 삼아 친북·종북으로 건너간 사람들이고, 한국 지성계를 파괴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이 3인방이야말로 오늘날 좌파세계의 자궁이며 숙주(宿主)다. 이후 한국 지성계는 이 셋을 스승으로 섬기는 지적 난쟁이 그룹으로 채워졌다. 이들이 지난 반세기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반(反)대한민국 성향의 콘텐츠를 쏟아냈다. 그 악영향은 방사능 낙진(落塵)보다 크다. 그러나 셋 중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백낙청이다. 그가 60년 전 ‘창비’를 만들어 한국 사회를 접수했던 구조는 이렇다.
그가 내세운 이른바 참여문학은 시인 서정주, 소설가 김동리, 평론가 백철·조연현으로 상징되는 순수문학을 정면에서 때렸다. 그러려니 했던 그게 이내 1970년대 대표적인 지성 잡지 ‘문학과지성’과 함께 독주를 하며 문화예술 일반은 물론이고 인문사회과학 전반으로 확장됐다. 백낙청은 이내 단행본 출판에도 뛰어들어 영향력을 키웠다.
‘신동엽 전집’ ‘8억인과의 대화’를 펴내며 용틀임하다가 결정적으로 창비 패거리가 문화계·학계 헤게모니 전체를 장악했던 결정적 계기가 70년대 중반 민중문화운동이고, 80년대 운동권에 동조한 이른바 학술운동이었다. 그건 대한민국판 유일사상체계의 등장이었다. 이내 문학·미술·음악·영화는 물론 철학·사회학·정치학 그리고 자연과학 일부까지 접수했다. 엄청났다. 좌파가 문화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것이다. 그게 오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였을까. 노무현·문재인을 포함해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그리고 임종석 등 586운동권도 바로 백낙청의 자궁에서 자랐다. 실제로 노무현과 문재인은 ‘8억인과의 대화’의 저자 리영희로부터 감화를 받았다고 고백했지만 몸통은 백낙청이다. 내가 알기론 백낙청은 사회학자 한완상과 함께 지난 5년 문재인의 비공식 국사(國師)였다.
백낙청을 모르면 지난 반세기 한국사회 변화를 결코 이해 못 한다. 실은 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창비 운동은 건국 이후 문화계 전반을 물갈이한 건 물론 해방 이전 좌파 문화운동까지 복원했다. 1925년 결성된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라이예술동맹)와도 연결된다. 카프는 문학을 포함한 문화예술을 사회주의 혁명의 도구로 쓴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백낙청은 한술 더 떴다. 인문사회과학 전체까지 뒤바꿔 놓은 것이다.
오늘 천기누설을 마저 하자. 그가 무기로 내세웠던 민족문학·민중문학이란 것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그건 리얼리즘을 방법론으로 했다. 별거 아니다. 옛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변종 혹은 짝퉁으로 보면 딱이다. 이름을 바꿔 달은 공산주의 문화이론 한 방에 이 나라 문화예술은 무너져 내렸고, 대한민국 자유 우파가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그래서 참담하다.
자, 이 글의 중간 결론이다. 백낙청을 구역 하나를 차지한 족장에 비유한 윤 교수의 지적은 부족했다. 재확인하지만 그는 좌경화된 문화계와 지식사회 전체의 비공식 황제이자 한국판 호메이니라고 말해야 한다. 단 일본 학계의 덴노로 불리는 마루야마 마사오 같은 지적 권위가 결코 아니란 점이고, 그래서 쑥부쟁이이자 야바위꾼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 시시한 사람에게 우리 학계·문화계 전체가 접수되고 황폐화됐던 것이다.
실은 소련·동구가 몰락하던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창비 진영은 신진 세력에 교체됐어야 옳았다. 그래야 사회가 역동성을 회복했을 텐데 지금도 백낙청을 우상으로 삼는 문화계·지식사회 구성원이 무려 80% 이상이다. 백낙청이 사라져야 이 나라가 소생한다는 판단은 그 때문이다. 다음엔 그가 좌파 진영의 총사령관이란 사실을 도마에 올릴 예정이다. 물론 이 글은 백낙청에 대한 사감(私感), 그런 것과 무관하다. 혹시 반론이 있다면 본인이나 제3자가 나서도 좋다. 기꺼이 논쟁을 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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