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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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정치학

민주당을 설득하는 건 공허하고 비현실적
민심을 우호 세력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
소통과 원칙 지키는 국정으로 위기 돌파를

홍찬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0 09:37:24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놓고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이 대선에서 윤석열정부를 선택하고,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게 압승을 안겨 준 상황이다. 한때의 지지율에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밀어 줄 만큼 밀어 줬으니 윤 대통령도 이제는 뭔가를 보여 달라는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의 지지율 추이는 정권 차원에서 심상치 않은 신호임에 틀림없다.

윤 정부가 국민 앞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다. ‘국회 169석’이라는 막강 무기를 장착한 민주당은 상대방 발목잡기에는 대대로 도가 튼 정당이다.

그 해법으로 야당과의 소통이 단골메뉴처럼 제시된다.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국회로 찾아가거나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자주 대화하고, 정 안 되면 대통령이 직접 한 명씩 전화를 돌려서라도 협조를 구하라는 것이다. ‘소통의 달인’으로 꼽혔던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접근방식이기도 하다. 공화당 소속인 레이건 대통령도 취임 초기 여소야대(하원 공화당 191석, 민주당 244석)의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꽤나 감동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은 우리의 정치 환경이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문화는 정당의 소속 의원 지배력이 느슨한 편이다.

특히 지역구 주민의 요구와 정당의 노선이 다를 때 의원들은 정당을 따르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설득할 ‘여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어떤가. 지난 ‘검수완박’ 국회 표결 때 민주당 의원 170명은 한 명의 이탈도 없이 ‘강철대오’를 이뤘다. 민주당 내에서 이 법의 위헌성을 잘 알고 있는 법률가 의원도, “치사한 꼼수로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내부 비판에 나섰던 의원도 예외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정치의 양극화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앞으로 고착화된다면 더 얕잡아 보고 정권 무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이미 겪었던 일이다. 최근 야권 인사는 ‘탄핵’이란 단어까지 입에 올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여론의 지지를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국민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정공법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포퓰리즘을 사용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포퓰리즘은 우파 정당의 길이 아니다. 따라서 남은 유일한 카드는 일단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지율에 의지하는 일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긴요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이 말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믿고 의지할 것이라고는 민심 밖에 없는데 현실인식이 안이하거나, 아니면 측근들의 잘못된 정보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윤 정부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레이건 대통령보다는 박근혜정부다. 박근혜 대통령도 108만 표라는 크지 않은 차이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취임 초 상대 세력의 거부 반응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취임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의 지지율이 42%, 두 달째 지지율이 45%에 머물렀으나 취임 4,5개월이 경과한 즈음부터는 60% 안팎의 지지율(이상 한국갤럽 조사)로 상승하면서 정권 초기를 안정세로 유지했다.

비결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집권 초 대통령 쪽으로 당내 권력이 빠르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내부 균열이 비교적 덜했고 “원칙에 입각해 소신 있게 일한다”는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최근 이준석 징계 등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정권의 초기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최근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좌파 여론조사기관의 의도덕 왜곡은 차치하더라도 인사 실패와 대통령의 부적절한 메시지, 두 가지에서 주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좋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문재인정부를 비교 기준으로 삼거나, 국민이 정서상 중요하다고 보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는 따위다. 정치가 감성의 시대로 전환된 마당에 우발적이거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국민이 오래 참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에게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 있다. 레이건에게는 ‘위대한 소통자’라는 호칭이 따라다닌다.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정치 경력을 보완하고 결국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그의 말은 부드럽고 편한 어법이 주는 친밀감과 상대방을 사로잡는 신뢰감을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한번 내세운 원칙은 임기 내내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갔다. 취임 후 첫 암초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덕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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