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평생의 친구로 만들어 주는 영국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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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대중의 취향은 클래식보다 로큰롤·힙합·팝송 등
80세 폴 메카트니·78세 다이아나 로스 인기 여전
“Not my cup of tea”…“그건 내 취향이 아니야!”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1 09:13:26

영국 어린이들은 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학교마다 마련되어 있는 음악실에 가서 음악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영국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음악 과목 시험은 없다. 체육도 마찬가지다. 음악과 체육 시간 만큼은 마음껏 즐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혹은 음악적 취향이나 타고난 체력은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

음악 시간에는 학생들이 악기를 한두 가지 다룰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악기와 곡의 선택은 음악 선생님이 도와주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리코더부터 시작한다. 전 학급이 합주를 하기도 한다. 배우는 학생들 입장에선 합주를 하기 위해 한 곡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내경연대회나 학교 행사 때 발표를 하게 되면 연습과정의 어려움은 사라지고 평생의 추억거리를 간직하게 된다.

영국에서 음악교육은 지역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학교들에서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음악이나 노래를 음악시간에 배우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그들이 속한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을 키우게 된다.

최근 교육 방침이 바뀌어 각 학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일부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시간에 전교생이 교장선생님이 지정하는 찬송가를 불러야 했다. 따라서 저학년 시절엔 음악시간에 찬송가를 배우는 것이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또 5세부터 10세까지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크리스마스 행사로 ‘아기예수 탄생극(Nativity Play)’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가 되면 학생들은 서로 마리아와 요셉 역할을 맡고 싶어 경쟁을 벌인다. 치열한 경쟁 끝에 마리아, 요셉, 양치기와 천사 가브리엘, 그리고 양들까지 배역이 결정되면 몇 주에 걸쳐 연기와 노래 연습에 매진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오면 감격에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와 가족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다.

학교 음악 감상시간에 학생들은 클래식음악, 오페라, 재즈, 그리고 세계의 음악 등을 배우지만 졸업 후엔 대다수가 팝송을 즐기는 편이다. 1950년대 중반 엘비스 프레슬리의 등장은 영국에서도 ‘로큰롤’이라는 대중음악의 혁명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영국에서는 ‘스키플(Skiffle)’이라는 팝송 형식이 잠깐 생겨났는데, 당시 만들어진 밴드가 3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밴드들은 작은 마을 회관이나 정식 댄스홀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했다. 때로는 단 3명으로 구성된 밴드에 기타와 빨래판, 티 상자가 악기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틀즈, 롤링스톤즈, 디스코음악, 펑크와 힙합 등이 연이어 등장하는 사이 슬그머니 무대에서 사라졌고 대중의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흥미로운 일은 최근 영국에서 옛 시절 유행했던 팝송 열풍이 되살아나 라이브 음악 연주에 대중이 몰려든다는 점이다. 엘비스로 분장한 가수가 엘비스의 노래를 부르고 아바처럼 치장하고 아바의 노래를 부르는 그룹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데뷔했던 더 홀리스나 헐먼스 헐및츠 등의 밴드 같은 경우 70대의 나이에 접어드는데 지금까지 활동해 라이브 음악회를 주최한다. 코로나로 2020년과 2021년 연속 2년간 취소되었던 ‘글라스톤베리’ 음악축제가 올 6월 말에 5일간 열려 1인당 285파운드(약 45만원)이라는 거액의 입장료에도 14만2000명이 모여들었다 한다. 출연진에는 비틀즈의 베이스 기타리스트였던 80세의 폴 메카트니와 78세의 다이아나 로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음악, 푹 빠지느냐 귀를 막느냐 둘 중 하나

“Dancing around the Kitchen”은 부엌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흥겹게 춤을 추는 것이다.

영국에는 많은 지역 방송국들이 있고 하루종일 음악만 틀어 주는 방송 채널도 여럿 있다. 주 애청자 층은 대부분 가정주부다. 음악방송에 대해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Did you listen to the old rock and roll music show? It had me dancing around the kitchen!”(너 그 옛시절 로큰롤 라디오 쇼 들었니? 그 프로그램 들으면서 내가 부엌을 돌아다니며 춤을 췄단다.)

‘In the groove’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몰입되어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음악관련 예를 들면 “Come! Dinner is ready!”(와서 저녁식사 해라!) “I can't come now! I'm in the groove! I'm listening to my favorite music!) (지금 못가요! 나 무아지경에 빠져 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듣고 있거든요!)

‘Not everyone's cup of tea’는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음악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I can only tolerate to the music of Mozart or Bach.”(난 오로지 모차르트와 바하 음악이라야 들어줄 수 있어.) “Not my cup of tea!”(내 취향은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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