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상시·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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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양국 동맹 군사·산업기술안보 넘어 경제금융안보로 진화
對中·러·북한 견제와 맹방 역할 하려면 韓경제 안정돼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5 13:45:12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한국을 방문해 이틀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미 재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2016년 6월 제이컵 루 재무장관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문재인정부 5년간 한·미관계가 얼마나 소원했던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옐런 장관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 대통령은 옐런 장관 예방을 받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통해 한·미 안보동맹이 정치군사안보와 산업기술안보를 넘어 경제금융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옐런 장관과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논의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위기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 국가 간 연대와 협력에 기반을 둔 공동의 노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과 공급망 애로를 해소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공동의 목표 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옐런 장관도 한·미 관계가 안보동맹을 넘어 산업기술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길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추진하는 한국·미국·일본·대만 4국 반도체동맹인 ‘칩4’에 한국의 참가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옐런 장관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요 우방국들과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시에도 가장 먼저 삼성전자를 방문한데 이어 이번 옐런 장관도 LG사이언스파크를 가정 먼저 방문해 미국이 안정된 공급망 구축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어 옐런 재무장관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가졌다. “두 나라가 필요할 경우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하자”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밝혀 환율 안정을 위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한·미 통화스와프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되었다.

한편 옐런 장관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동참을 촉구했고 한국은 동참하기로 했다. 원유 가격 상한제는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사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어 옐런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예방하고 한·미 간 협력증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방한 때도 한국은 미국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의 막대한 대미투자를 약속하며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안보공급망에 중요한 한 축으로서 미국의 중요한 경제안보동맹임을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옐런 방한에도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 동참, 칩4 참가 등 대러시아 대중국 제재에 한국의 참가를 요구받았다.

급변하는 냉전2.0 신질서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간 동맹 강화가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對中) 포위 전략에서 일본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중요한 보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바이든이 수차례 강조하고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먼저 방문하고 옐런 장관도 방한하자마자 LG를 방문했듯이 반도체·배터리 등 중요한 전략자산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한·미동맹 선택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제1의 수출시장이고 한국기업들이 2만8400여개가 867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도 한국기업이 653개나 진출해 3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국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미국의 금리인상 러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연일 빠져나가며 외환보유액은 날로 감소하고 외채는 증가하는 반면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91억6000만달러를 능가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한 실정이다. 미국은 일본과는 상시·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동맹을 보호해 주고 있다. 미국은 맹방으로 인정하고 있는 영국·유로존·스위스·캐나다·일본과는 상시·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며 이들 국가들의 경제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가 안정되어야 맹방의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서 중요한 맹방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같은 상시·무제한 통화스와프를 강력히 요청해야 할 때다. 이번 옐런 장관의 방한에서 이 문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두 나라가 필요할 경우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한다는 언급에 그친 부분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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