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글로벌 경제 시대… 균형적 사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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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편협하면 졸렬해지고 시대의 흐름 왜곡
10년 후를 내다보는 국가 전략 새판 짜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5 13:42:20

최근 글로벌 경제의 뚜렷한 특징은 10년을 주기로 격변의 소용돌이에 내몰리고 있는 점이다. 이때마다 기존의 가치 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뉴노멀이 생겨나면서 기업이나 인간의 행동 양식을 제어한다. 이 거대한 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국가나 기업은 순항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 침몰하는 상황을 쉽게 목격한다.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90년대 미국은 정보통신기술 업종이 경기를 주도하며 최고의 호황을 누렸지만, 신흥국은 오판으로 국제통화기금(MF) 위기라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닷컴 버블의 붕괴와 금융 위기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미국은 내리막길을 걷고 상대적으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패권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힘이 빠지고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미·중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질서가 크게 흔들린다. 중국은 급격히 부상하고 미국이 이를 제압하지 못하면서 극심한 긴장이 계속되는 것을 그리스 역사에 빗대어 ‘투기디데스의 함정’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한편으론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제대로 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생겨나고 있는 부정적 현상을 두고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그의 주장을 인용, ‘킨들버그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갈수록 분별없는 양국 경쟁이 첨예화되면서 세계는 더 분열되고, 세계 경제는 파이의 확대가 멈춘다. 진영을 나누는 편짜기가 극성을 부리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신흥국들의 입지가 좁아진다. 한동안 줄타기와 기회주의가 기승을 부렸지만 이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계화가 심각하게 위기를 맞으면서 축소지향적으로 바뀐다.

한국에도 정권이 바뀌면서 가장 먼저 실감 나는 것이 대외 정책의 전면 수정이다. 한동안 소원했던 미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고, 감정적 앙금이 최고조인 일본과도 개선의 조짐이 꿈틀거린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조만간 뭔가 촉발될 것 같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북한과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원칙을 중시하되 대화의 물꼬는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대안(代案)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을 두고 연일 시끌시끌하다. 특히 자칭타칭 중국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이 벌떼처럼 합세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다. 민감한 시기에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냐는 점에서 경솔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놓고 파상공세를 하는 측의 의도가 침소봉대에다 졸렬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무의미하고 실익도 없는 논쟁의 근원적 배경은 의사결정권자, 지식인, 여론 주도층의 뇌 구조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되어 시대 흐름을 왜곡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포퓰리즘, 시장 변화와 트렌드에 둔감한 편협한 절름발이 경제관, 이에서 파생된 사회·문화적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확대 재생산 중이다. 급변하는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는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에도 경사가 되지 않은 균형적인 사고와 지식·경험으로 국익을 창출해 낼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

강력한 패권이 사라진 2020년대의 10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잦은 지역 분쟁으로 각자도생의 파고가 거세질 조짐이다. 시장과 경제주체들은 빠르게 반응한다. 중국 시장이 어려우니 기업이 먼저 사업을 줄이거나 현지를 떠난다. 10년 후 승자 혹은 패자 어느 쪽이 될 것인지는 한국인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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