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알권리 회복의 또 다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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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빼앗긴 알권리 회복의 또 다른 과제

문재인 정권의 언론 사전 규제들… 반민주 정권임을 증명
수사기관 취재 대폭 허용… 훼손된 민주주의 정상화 노력
언론 취재 활동 제한하는 규정들 재검토 시급히 이뤄져야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6 09:32:44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정권에서 행해졌던 불법적·반민주적 행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국민은 문재인정부가 은폐했거나 하려 했던 의혹들이 생각보다 잘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기 의혹이나 원자력발전 평가 조작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어딘가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보도된 내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수사가 많이 진척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국민이 보기에 무언가 지지부진하다고 느껴지는 것뿐이다. 그 이유는 언론이 관련 기관의 발표한 것만 보도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 때문이다. 사건만 터지면 물불 안 가리고 인권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불자동차 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 왔던 우리 언론의 과거 모습에 견주어 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이전 정권이 구축해 놓은 기울어진 방송체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통제를 덜 받는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들의 정부나 권력기관 관련 보도 내용까지도 어딘가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권교체 이후 대통령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같은 직접 소통으로 투명성과 개방성이 겉으로는 확대된 것 같은데, 각 부처나 기관에서 나오는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다.

그 이유는 지난 정권이 만들어 놓은 언론사 취재 활동 제한 규정이나 조치들이 버젓이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과 소통을 앞세워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폐쇄적인 불통 정권이었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적었고 방송을 언론노조를 앞세워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던 것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정권은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꽤 많은 조치나 규정을 양산해냈다. 2018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남북정상회담 가이드라인’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정보도 관련 보도기준’이 만들어졌다. 또 2019년에는 조국 전 장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법무부가 ‘오보 뉴스 언론사 취재제한 조치’와 ‘형사사건 공보 규정’ 등을 제정해 언론의 수사 관련 취재 활동을 완전히 봉쇄하였다.

정권 교체 이후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에 대한 수사가 꽤 많이 진척되었음에도 국민에게 알려진 사실들이 생각보다 적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이 ‘형사사건 공보 규정’을 개정하고 언론의 수사기관에 대한 취재 활동을 대폭 허용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권력 감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언론의 존재 의미에서 볼 때 훼손된 민주주의를 다시 정상화하는 출발점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 검열 역사는 매우 깊다. 보도검열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유신정권 이후에도 제5공화국의 ‘보도지침’이 있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기자들의 정부청사 출입을 금지하고 기자실까지 폐쇄했던 이른바 ‘언론 대못질’이라고 일컬어지는 취재 제한 조치까지 행해졌다. 어쩌면 문 정권의 보도 제한 조치들은 이를 그대로 답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권 말기에는 언론의 권력기관 취재행위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언론개혁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려 했다. 정권이 교체된 지금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권력 밑에 감춰두었던 불편한 사실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는 한 모양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권력의 투명성과 개방성에 있다. 국민이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만들어진 언론에 대한 사전 규제들은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반민주 정권이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 감시 기능이 거세된 언론과 정권을 호위하는 언론만 존재하는 나라를 절대로 민주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언론의 역할은 ‘국민의 알권리’를 대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알권리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나 권력 기구에 대한 알권리다. 최근 문 정권과 밀착해 편파방송에 앞장섰던 방송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취재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각종 규정과 조치들에 대한 재검토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빼앗겼던 국민의 알권리를 다시 찾는 매우 실질적인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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