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좌파세계를 천하통일한 거물 백낙청의 수상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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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력 넘어 좌파시민사회·현실정치를 아우르는 首長
이재명을 민주당 대표 만들어 연방제 통일로 나아갈 듯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6 09:43:41

지난주 칼럼 ‘문화권력 백낙청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접수했는가?’를 읽은 독자 한 분이 내게 말했다. “그래 보니 84세 노인 아냐?” 뭘 모르는 소리다. 백낙청은 단지 문화권력·지식권력만이 아니다. 그걸 넘어 현실정치와 좌파시민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수장(首長)이 맞다. 좌파의 숨은 신 혹은 황제라고 불러도 된다. 그런 그를 과소평가하는 건 좌익의 전모를 모른다는 말과도 같다.

더욱이 요즘 공개 활동이 왕성하다. 대선 패배 직후인 3월 유튜브 오마이TV에 출연해 궤멸적 타격을 입은 좌파동네 재건을 위한 ‘교시’를 내렸다. 그 방송은 지금 조회수 120만에 댓글 5000개 이상이 달렸다. 당연히 요즘 좌파세계는 그의 교시대로 착착 움직인다. 최근엔 백낙청TV도 개설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좌파진영의 내부 합의는 물론 평양의 오더까지 합쳐진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명 띄우기다. 그는 “이재명이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건 민주당 8월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갈 것임을 암시한다. 또 다른 교시는 “민주당을 장악하라”는 지침이다. 민주당이 온건개혁정당이 아니고 통진당 비슷한 강성정당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고이자 윤석열 대 민주당 갈등이 전면전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의 키를 쥔 백낙청은 어떻게 좌익진영의 막후 실세에 오른 것일까. 문학평론가가 어떻게 현실정치까지 장악한단 말인가. 그게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백낙청이 입만 열면 떠들었던 분단체제론이 보검(寶劍)이었다. 민족주의 초강세인 사회 분위기에서 그게 회오리를 일으켰다. 일테면 민족문학·민중문학을 말하던 그는 한국 사회의 기본모순은 ‘분단’이란 말을 잊지 않았다.

분단 때문에 통일된 근대민족국가 수립을 못했다는 소리다. 그 말이 운동권과 정치권으로 성큼 건너뛰었다. 노무현의 2002년 대통령 취임사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나라”라는 언명이 그것이다. 급기야 그게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주사파적 인식으로 고착됐다. 그러던 차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은 그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줬다.

첫 계기가 2000년 6·15선언이다. 김대중 방북 때 배후 조정자로 움직이던 그는 이내 2005년 6·15선언실천남측위원장이란 감투와 함께 좌파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2007년 노무현·김정일 회담, 2018년 문재인·김정은 회담 때는 특별수행원 명패를 달고 평양에 날아갔다. 급기야 남과 북을 어우르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런 권위로 10년 전 이른바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좌장을 맡았다. 원탁회의는 좌파 전체의 컨트롤 타워다.

▲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장면. 백낙청(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012년 총선에서 그는 13명의 종북좌파 통진당 소속 인사를 국회에 진출시키는 결정적 공을 세운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좌파가 원내에 대거 진입하는 계기를 다름 아닌 그가 마련한 것이 우연일까. 더 중요한 건 백낙청 식의 이른바 체제변혁운동이 ‘연방제 통일론’의 근거란 점이다. 또 있다. 문재인의 적폐청산의 이론적 배경도 다름 아닌 그가 제시했다.

2017년 ‘창작과비평’ 봄호 ‘촛불의 새 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란 글이 그것이다. 촛불혁명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려면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국정농단을 일삼은 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게 다 뭘 의미할까. 백낙청은 ‘대한민국 체제 밖의 인물’로 완전 변신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되물어야 한다. 문화권력·지식권력에 더해 현실권력마저 거머쥔 무소불위의 백낙청. 거기에 북한의 의중까지 대변하는 그를 지금 저대로 방치해 두는 게 맞을까. 그럴 순 없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시인 김지하와 한양대 윤해동 교수의 비판 정도로는 결코 양에 찰 수 없는 이유다. 차제에 그의 실체를 재확인하자면 백낙청은 반(反)대한민국의 도그마를 앞세운 문화 마르크시스트다. 이탈리아 공산당 창시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무덤에서 일어난다면 손뼉부터 칠 것이다. “내가 예견했던 미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이 모든 걸 백낙청이 해냈다”며 환호할 것이다.

그람시가 누구인가. 그는 문화예술 전 영역을 혁명적 투쟁의 장소로 명명했던 무서운 음모가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무대로 이 모든 일을 꾸미고 현실화시킨 백낙청이 한국 사회의 우상으로 남아 있다는 이 ‘미친 현실’을 대체 어찌할 건가. 이걸 모두 바로 잡는 게 문화전쟁이다. 백낙청 극복이야말로 윤석열정부의 임무는 물론이고, 향후 100년 한국 사회의 과제라는 걸 재확인한다.

오래 전 시인 고은은 백낙청에 이런 찬사를 보냈다. “시인 미당 서정주가 정부(政府)였다면, 백낙청은 시대였다.” 하품 난다. 오늘 새삼 밝히지만 백낙청은 한국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파괴했고 사회 전체를 퇴행시켰으며 현재 대한민국 해체를 위협하는 중이다. 그런 그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는 작업도 중요하고 별도로 백낙청 패러다임을 완전 극복해야 한다. 어쩌면 요즘 내가 구상해 온 자유주의 문화론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얘기는 다음에 더 들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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